겨울에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면 강이나 호수의 표면은 얼음으로 덮입니다. 그런데 꽁꽁 언 물속 생물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사실 강이나 호수의 표면 아래 물은 쉽게 얼지 않아요. 그래서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도 물속에서는 생명이 살고 있지요. 물고기들은 얼어붙은 강에서 어떻게 추위를 견디며 생활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물고기의 능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답니다. 물고기의 생존 전략과 물의 특별한 성질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죠. 오늘은 겨울에도 물고기의 생명을 지켜주는 물에 숨겨진 과학을 살펴볼게요.

그래픽=진봉기

물이 가장 무거워지는 온도? 4도

물질마다 차지하는 공간의 크기와 무거운 정도는 조금씩 다릅니다. 과학에서는 이렇게 물질이 차지하는 공간의 크기를 ‘부피’, 같은 크기일 때 얼마나 무거운지를 ‘밀도’라고 부릅니다. 대부분의 물질은 온도가 내려가면 부피는 작아지고, 밀도는 커집니다. 하지만 물은 이 일반적인 규칙을 따르지 않아요.

물은 4도일 때 가장 부피가 작고 밀도가 큽니다. 4도일 때 가장 무거워지는 것이죠. 그런데 4도보다 온도가 더 내려가면 부피는 다시 커지고 밀도는 다시 작아지기 시작해요. 그러다 0도에서 얼음이 되면 액체 상태의 물보다 가벼워져 물 위에 뜨게 됩니다. 컵에 담긴 얼음물에서도 얼음이 항상 동동 떠 있지요. 이런 성질 덕분에 겨울에도 강과 호수의 물이 아래부터 얼어붙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물은 4도일 때 가장 무거울까요? 비밀은 수소 결합에 있어요. 물을 이루는 아주 작은 알갱이인 ‘물 분자’(H₂O)는 1개의 산소(O) 원자와 2개의 수소(H) 원자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여기서 수소 원자는 이웃한 물 분자의 산소 원자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하는데 이를 수소 결합이라고 해요.

물이 차가워지면 물 분자들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집니다. 따뜻할 때는 이리저리 많이 움직이던 물 분자들이 차가워질수록 덜 움직이는 거예요. 온도가 낮아질수록 물 분자들은 수소 결합으로 연결된 상태를 유지한 채로 분자 사이 빈틈을 좁혀나가요. 그렇게 물은 4도까지 점점 무거워집니다.

하지만 물이 4도보다 더 차가워지면 상황이 달라져요. 어는 온도인 0도와 가까워지면서, 물 분자들이 얼음이 되기 전 단계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얼기 위해 가장 안정적인 모양으로 줄을 서려고 하는데요. 4도에서 0도로 갈수록 물 분자들은 얼음이 되기 위해 규칙적인 모양을 잡으려고 움직입니다. 이때 물 분자 사이 빈 공간이 점점 커져서 물이 차지하는 공간도 커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더 가벼워지죠. 그래서 0~4도 사이의 물은 아래로 가라앉지 않고 표면에 머물게 됩니다. 그러다 마침내 0도에서 얼음이 되면, 0~4도 물보다 가벼운 얼음이 위로 떠오르게 되는 거죠.

얼지 않는 바다

겨울에 강과 호수는 얼음으로 덮이는데, 바다는 얼지 않지요. 한겨울에도 바닷물이 출렁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왜 바닷물은 강물처럼 쉽게 얼지 않는 걸까요?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닷물 속에 소금(염화나트륨)이 들어 있기 때문이에요. 바닷물에는 소금이 녹아서 물 분자들 사이에 섞여 있는데요. 물이 얼음이 되려면 물 분자들이 가지런히 줄을 서야 하는데, 소금이 그 사이에 끼어들어 물 분자들이 제대로 줄을 서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강물은 0도에서 얼기 시작하지만, 바닷물은 더 낮은 온도가 돼야 얼 수 있지요.

소금 외에도 바닷물이 쉽게 얼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바다에 늘 파도가 치고, 물이 계속 움직이기 때문이에요. 물이 섞이면 차가운 물이 한곳에 머무르기 어려워서 얼음이 만들어질 시간도 줄어들게 됩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난류 영향도 꼽을 수 있어요. 난류를 따라 따뜻한 물이 흐르면서, 바닷물이 어는 것을 막아 주지요.

물고기의 겨울나기

강·호수 위 얼음은 물속 생물들을 지켜 주는 보호막 역할을 합니다. 얼음이 뚜껑처럼 덮여 있으면, 바깥의 차가운 공기를 막아줍니다. 그래서 얼음 아래 물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얼음 아래 강·호수 물은 보통 4도 정도인데요. 이 온도는 물고기와 여러 생물이 겨울을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온도예요. 4도면 그래도 차가운 물인데, 물고기들은 어떻게 겨울을 견디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물고기는 바깥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 동물’이에요. 사람처럼 몸 속에서 열을 만들어 체온을 유지하지 못하죠. 그래서 물 온도가 내려가면 물고기의 체온도 함께 내려가요. 하지만 물고기들은 이런 변화를 미리 예상하고 생활 방식을 바꿉니다. 겨울이 되면 강바닥이나 물 속 깊은 곳에서 움직임을 줄이고 먹이도 거의 먹지 않으며 에너지를 최대한 아낍니다. 심장 박동과 호흡 횟수도 줄어들어 적은 에너지로도 오랫동안 버틸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물고기는 얼마나 추워야 생명이 위험해질까요? 우리나라 강에 사는 붕어나 잉어 같은 물고기들은 비교적 추위에 강해 물의 온도가 0도 가까이 내려가도 얼음 아래에서 살 수 있어요. 반면 열대 지방에서 사는 물고기들은 차가운 물에 약해 수온이 크게 내려가면 생존이 어렵지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물고기에게 낮은 온도 자체보다 급격한 온도 변화가 더 위험하다는 사실이에요. 물이 천천히 차가워지면 물고기는 적응할 시간을 갖지만, 갑자기 차가워지면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겨울철 물고기들이 온도가 비교적 안정적인 깊은 물속을 선택해 머무는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