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 속에서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해요. 칫솔, 물병, 장난감, 필통 등 수도 없이 많은 물건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죠. 문제는 플라스틱이 잘 썩지 않기 때문에 오래도록 지구에 남아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거예요. 지구 어느 곳에 가도 누군가 사용하다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견할 수 있죠.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스틱을 더 빨리 분해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석유로 만드는 플라스틱

플라스틱은 왜 오래도록 썩지 않는 걸까요? 이를 알려면 먼저 플라스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플라스틱은 석유를 가공해서 만든 인공 재료예요. 자연에서 바로 채취하는 나무나 고무 같은 재료들과는 다르죠.

석유는 땅속 깊은 곳에 있어요. 커다란 장비를 이용해 뽑아내면 이를 ‘원유’라고 불러요. 원유에는 다양한 물질이 섞여 있습니다. 이 물질들을 분리하기 위해 라면을 끓이듯 원유를 뜨겁게 가열해요. 물질마다 끓는 온도가 다른 점을 이용하는 거예요. 가장 위쪽에는 끓는 온도가 25도 정도로 가장 낮은 액화석유가스(LPG), 그 아래로는 차례로 휘발유(40~75도), 나프타(75~150도), 등유(150~240도), 경유(220~250도), 중유(350도 이상)가 분리되고, 맨 아래에는 아스팔트 같은 무거운 물질이 찌꺼기로 남죠.

플라스틱은 이 중 ‘나프타’로 만들어져요. 나프타를 매우 뜨거운 온도로 열분해하면 작은 분자 물질들로 쪼개지는데요. 이 작은 분자 물질들이 결합하면 긴 사슬 구조의 고분자(분자량 1만 이상) 물질이 됩니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고분자 물질을 작은 알갱이 모양으로 만들면 ‘펠릿’이라고 불리는 플라스틱 재료가 되죠. 펠릿을 녹여서 원하는 모양으로 굳히면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거예요. 플라스틱은 단단하게 만들거나 휘어지게 만들 수 있는 데다, 무게도 가볍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널리 쓰이게 된 거랍니다.

그래픽=유재일

플라스틱이 잘 썩지 않는 이유

그런데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썩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요. 우리가 먹고 남긴 음식물은 수개월 정도면 거의 사라지고, 종이나 나무는 수개월에서 수년 정도 지나면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종류에 따라 적어도 수십 년, 길게는 수백 년 이상이 지나야 분해된다고 알려졌어요.

플라스틱이 이렇게 오래 썩지 않는 이유는 튼튼한 구조 때문입니다. 방금 전 앞에서 플라스틱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분자들이 길게 사슬처럼 이어진 모습으로 돼 있다고 설명한 걸 기억하나요? 이 사슬은 매우 튼튼해서 쉽게 끊어지지 않죠.

더 중요한 원인은 자연에서 플라스틱을 효과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나 미생물이 거의 없다는 거예요. 종이나 나무도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고분자 사슬 구조지만, 이를 분해할 효소와 미생물이 많아서 빨리 분해될 수 있는 것이거든요. 결국 플라스틱은 햇빛이나 바람에 닳아 잘게 부서질 수는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려요.

바닷물에 녹는 플라스틱

그런데 일본 리켄 신물질과학센터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바닷물에 녹는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성공했답니다. 기존 플라스틱과 달리 쉽게 끊어질 수 있는 분자 결합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면, 자연에서도 안정적으로 분해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만든 거지요.

연구진이 떠올린 건 ‘초분자 플라스틱’이라는 개념이에요. 초분자 플라스틱은 분자들이 수소 결합과 같은 비교적 약한 결합으로 이어진 플라스틱이에요. 대표적으로 물 분자들도 수소 결합으로 연결돼 있는데요. 이처럼 약한 결합이 많이 모이면, 평소에는 플라스틱처럼 단단한 성질을 보이다가 특정 조건에서는 쉽게 풀릴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먼저 물에 잘 녹고 환경적이라고 알려진 두 물질을 찾았어요. 하나는 식물에서 얻은 ‘셀룰로오스’이고, 다른 하나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역할을 해 농업 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구아니디늄’이라는 물질입니다. 연구진은 두 물질로 그물 구조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플라스틱과 유사한 특성을 보였어요.

이 새로운 플라스틱은 염분에 반응합니다. 바닷물에는 나트륨 이온과 같은 염분이 풍부한데, 이 나트륨 이온들이 분자 간 결합을 서서히 풉니다. 그 결과 플라스틱은 바닷물 속에서 점차 분해되는 거예요. 이 플라스틱으로 만든 비닐에 방울토마토를 담아 소금물이 담긴 용기에 넣고 저어봤더니, 2시간 뒤 비닐은 녹아 사라지고 방울토마토만 남았답니다.

플라스틱 먹어 치우는 애벌레

과학자들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애벌레도 주목하고 있어요. 주인공은 꿀벌부채명나방의 애벌레인 ‘왁스웜’입니다. 왁스웜은 원래 벌집의 밀랍을 먹고 사는 곤충이에요. 왁스웜이 ‘폴리에틸렌’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2017년에 처음 알려졌어요. 폴리에틸렌은 가장 많이 생산되는 플라스틱으로, 매년 전 세계적으로 1억t(톤) 이상이 만들어져요.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비닐봉지, 지퍼백, 소스통, 장난감 등이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졌죠.

그런데 지난해 7월 캐나다 브랜던대 연구진이 왁스웜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과정을 밝혀냈답니다. 연구진은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왁스웜을 관찰했대요. 그리고 약 2000마리의 왁스웜이 0.5g 무게의 폴리에틸렌 비닐봉지 한 장을 24시간 안에 분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죠. 이 과정에서 왁스웜 몸에서 플라스틱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를 분석하고, 몸에 남아 있는 물질과 배설물의 변화 등을 분석했어요. 그 결과 왁스웜은 플라스틱을 체지방 형태로 바꿔 몸에 저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사람이 음식을 먹고 지방으로 바꾸는 것과 비슷한 원리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