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대통령 관저 지붕에 미국 육군 특수부대의 헬리콥터가 착륙했습니다. 헬리콥터에서 내린 미군 50명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경호원 수십 명을 제압한 후, 대통령 부부를 체포해 눈가리개와 플라스틱 수갑을 채웠습니다. 대통령 경호원들은 체포를 막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80명이 사망했죠. 착륙부터 체포까지 3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뉴스에 세계는 깜짝 놀랐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이렇게 체포될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미군의 체포 작전 앞에서 마두로 대통령 부부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속수무책은 두 손이 묶인 것처럼[束手] 어쩔 도리가 없어서 꼼짝 못 한다[無策]는 뜻입니다. 예상치 못한 위기나 재난 앞에서 아무 방법도 쓸 수 없는 무력한 상태를 나타낼 때 쓰는 말이에요. 한쪽이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훈련한 반면, 다른 한쪽이 무방비 상태라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많은 사람이 속수무책이라는 말을 떠올렸을 것 같습니다.

일러스트=김성규

마두로 대통령이나 베네수엘라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마두로 대통령은 현재 뉴욕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어요. 베네수엘라는 대통령 체포 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죠. 대통령을 독재자라며 반대했던 국민들은 환호했고, 대통령 지지층은 무장봉기를 시도하면서 내전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요.

이처럼 베네수엘라는 카리브해의 맑은 하늘 아래 있다기보다 마치 안개 자욱한 오리무중(五里霧中)에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오리무중은 반경 5리(五里)가 안개로 덮여 있어서[霧中], 앞이 보이지 않아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말합니다. 5리는 약 2㎞입니다. 짙은 안개 속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이 얼마나 막막한지 알 것입니다.

오리무중은 장해(張楷)라는 사람의 이야기에서 유래했습니다. 중국 한나라 말기 혼란한 시대를 살았던 장해는 학식과 인품이 모두 뛰어났지만 관직에 나가지 않고 산에서 조용히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명성을 듣고 권력자들과 수많은 사람이 장해를 포섭하거나 배움을 청하러 자꾸 찾아왔다고 해요. 장해는 이런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올 때마다 사방 5리에 안개가 덮이도록 ‘오리무(五里霧)’라는 도술을 부렸습니다.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사람들은 모두 돌아갔고, 장해는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오리무가 나중에 ‘오리무중’이 됐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