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초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정전이 끝난 직후 한 노점 상인이 야채와 과일을 판매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미국이 군사 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마두로를 경호하던 쿠바의 정보기관 요원 32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어요. 왜 쿠바 요원들이 다른 나라 대통령 경호를 맡고 있었을까요? 원래부터 쿠바와 베네수엘라는 수십 년간 서로를 ‘형제 국가’라 부르며 긴밀한 동맹 관계를 맺어왔어요.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도 두 나라는 서로 뗄 수 없는 밀접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이 마두로를 체포하면서 동맹인 쿠바도 큰 타격을 받았어요. 이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사회주의 국가 간 동맹의 성격과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됩니다. 역사 속에서 두 나라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9일(현지 시각) 쿠바 아바나의 항구에 멕시코에서 출발한 유조선이 들어오고 있다./AP 연합뉴스

석유와 인력을 주고받는 ‘행복의 바다’

쿠바와 베네수엘라는 모두 혁명을 통해 기존 질서를 뒤엎고 새로운 체제를 선택한 나라예요. 쿠바는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이끈 쿠바 혁명으로 사회주의 국가가 됐고, 베네수엘라는 1999년 우고 차베스가 집권하며 사회주의를 선언했어요.

두 나라 모두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겠다는 목표가 분명했어요. 쿠바는 냉전 시기 소련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고, 베네수엘라는 1999년 차베스가 대통령이 된 뒤부터 반미 노선을 강화했어요. 이 과정에서 쿠바와 베네수엘라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어요. 특히 차베스는 쿠바 혁명을 이상적인 사회주의 혁명으로 여겼죠. 그는 쿠바의 의료·교육 시스템을 베네수엘라에 도입하려 했고, 쿠바 지도부와 개인적 친분도 쌓았습니다.

차베스 대통령 집권 이후 두 나라는 석유와 인력·안보를 맞교환하는 협력 관계도 만들었어요. 석유 매장량 세계 1위 국가인 베네수엘라는 한때 쿠바에 하루 최대 10만 배럴씩 석유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했습니다. 의료 기술이 발달한 쿠바는 의료진 수만 명을 베네수엘라에 파견해 베네수엘라의 무상 의료 정책을 지원했고, 베네수엘라 정권을 경호해 줄 요원도 보냈어요. 차베스는 이 관계를 두 나라를 연결하는 ‘행복의 바다’라고 표현했죠.

2007년 우고 차베스(왼쪽) 당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우루과이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당시 외무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위험한 관계

하지만 이 협력은 점차 서로에게 너무 의존하는 위험한 관계가 됐어요. 차베스 사망 이후 집권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이전보다 훨씬 불안정한 상황에 놓였어요. 경제 침체와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고, 정권에 대한 불신도 커졌죠. 이에 마두로는 쿠바에 대한 의존을 강화했어요. 쿠바 정보기관은 베네수엘라 대통령 경호뿐 아니라 마두로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색출해 내는 역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자국의 핵심 안보를 동맹국에 맡기는 이례적인 선택을 한 셈이에요.

쿠바 정보기관 역시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 정권을 철통같이 지키고자 했어요. 쿠바는 베네수엘라 석유 없이 살 수 없었기 때문에, 마두로 정권이 무너지면 쿠바도 같이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베네수엘라는 쿠바 없이는 정권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였고, 쿠바는 베네수엘라 없이는 경제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었던 겁니다.

석유 막히자 무너지는 쿠바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자, 상황은 급변했어요. 2024년 미국은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석유 제재를 강화하고, 2025년 말에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 암흑 선단(dark fleet)’이라 불리는 원유 불법 수송 선박들을 직접 붙잡았어요. 특히 쿠바와 베네수엘라 사이에 있는 카리브 해를 오가던 선박들이 주요 목표가 됐죠. 이에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 물량이 급감했어요. 2025년 4분기 기준 베네수엘라는 쿠바에 하루 평균 약 3만5000배럴의 석유를 공급했는데, 이는 2020년과 비교하면 25% 수준에 불과하대요.

이 같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 급감은 쿠바의 에너지 위기로 이어졌어요. 그동안 쿠바는 저렴하게 얻은 베네수엘라 석유로 전력도 만들고 산업 전반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죠. 현재 쿠바는 필요한 전력의 절반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답니다. 전국적으로 정전이 반복되고 있고요. 일부 지역은 하루 18시간 이상 정전되기도 했대요. 대중교통과 공장이 멈추는 일도 잦아졌답니다.

경제 위기는 식량 위기로 이어졌죠. 1959년 쿠바 혁명을 일으킨 피델 카스트로는 ‘7세 미만 모든 어린이에게 매일 1리터의 우유 배급’을 약속했어요. 이후 쿠바 국민은 1962년부터 배급소에서 우유뿐 아니라 밀가루, 콩, 설탕, 소금, 커피, 비누, 식용유, 쇠고기 등 생필품을 거의 무료로 받아 썼어요. 하지만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2024년 5월 이후 계란 배급이 중단됐고, 식용유나 커피 등 주요 식량 배급도 사라졌어요. 유엔(UN) 추정에 따르면, 쿠바 인구의 12.8%가 하루 필요 칼로리를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요.

1959년 쿠바 혁명을 이끈 피델 카스트로. /위키피디아

이로 인해 쿠바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인구가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수백만 명의 쿠바인이 미국과 중남미 국가로 이주하고 있지요. 특히 청년층이 떠나면서 쿠바의 미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동맹의 균열이 남긴 질문

최근 미국의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는 쿠바의 위기를 한층 더 심각하게 만들었답니다. 쿠바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 노력 중이지만 쉽지 않아 보여요. 작년 기준 쿠바에 가장 많이 석유를 공급한 나라는 멕시코예요. 쿠바는 멕시코에서 하루 평균 약 1만2000배럴의 석유를 공급받았어요. 이는 쿠바 전체 석유 수입량의 약 44%예요. 그러나 미국이 멕시코 정부에도 압력을 가하면서, 멕시코에서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이념과 동맹만으로 국가는 얼마나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까요? 혁명으로 출발한 사회주의 정치 체제가 국민의 삶을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그 국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앞으로 두 나라의 선택에 따라 중남미 전체의 정치 지형 역시 크게 달라질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