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날, 밖에 오래 서 있으면 손끝부터 얼어붙는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나요? 그럴 때 핫팩을 쓰면 매우 유용합니다. 핫팩은 처음에는 차갑고 딱딱하지만, 포장을 뜯어서 들고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손바닥 안을 서서히 데워주죠. 전기를 연결한 것도 아니고 불을 붙인 것도 아닌데, 작은 봉지 하나가 몇 시간 동안 따뜻합니다. 겉보기에는 그저 가루가 든 작은 봉지일 뿐인데, 이 열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핫팩의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소들의 움직임에서 시작됩니다. 오늘은 핫팩 속에서 원소들이 어떻게 온기를 만드는지 살펴볼게요.

핫팩의 주인공 ‘철’

핫팩은 보통 비닐 포장 안에 들어 있죠. 이 포장은 핫팩을 바깥 공기와 떨어뜨려 놓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포장을 뜯기 전까지 핫팩은 차갑지요. 하지만 포장을 뜯는 순간, 변화가 일어나요. 주변 공기가 핫팩 안으로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하죠.

핫팩을 만져보면 안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봉지 안에는 여러 가루가 섞여 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철’이에요. 우리가 흔히 보는 못이나 자전거, 철문 등의 재료인 바로 그 철이지요. 철은 평소에는 단단하고 차갑게 느껴지는 물질이에요. 하지만 핫팩 속 철은 우리가 아는 모습과는 조금 달라요. 커다란 덩어리가 아니라 아주 잘게 부서진 가루 상태로 들어 있어요. 잘게 쪼개진 철가루들은 핫팩 안에서 열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요. 바로 이 작은 철가루들이 핫팩 속 주인공이랍니다.

그래픽=진봉기

철과 산소의 따뜻한 만남

공기 중에는 우리가 숨 쉬는 데 꼭 필요한 ‘산소’가 들어 있어요. 이 산소가 핫팩 안으로 들어와 아주 작은 철가루들과 만나게 되지요. 그리고 이 순간부터 핫팩 속 철가루는 천천히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철은 산소와 만나면 조금씩 다른 물질로 바뀌는 성질을 갖기 때문이에요. 이 변화를 우리는 흔히 “녹슨다”고 말하지요. 비 오는 날 밖에 자전거를 세워 뒀다가 며칠 뒤 다시 보면, 은색이던 철의 표면이 붉게 변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철문이나 철로 만든 난간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철은 녹슬면 붉은색이 됩니다. 다 쓴 핫팩을 뜯어보면 처음보다 붉은빛을 띠기도 하지요.

철이 녹슬 때 색깔만 달라지는 게 아니랍니다. 사실 아주 조금씩 열도 함께 만들어지고 있어요. 다만 큰 철 덩어리일 때는 열이 너무 약하고 느리게 만들어져서 우리가 쉽게 온기를 느끼지 못할 뿐이에요. 그래서 핫팩은 이 변화가 더 잘 일어나도록 철을 가루 상태로 바꿔 사용합니다. 철을 잘게 부수면 산소와 닿는 면이 훨씬 많아져서 덩어리일 때보다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어요. 여기서 열이 생기는 거랍니다.

핫팩을 흔들면 빨리 따뜻해지는 까닭은

그리고 이 열을 우리가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재료들이 핫팩에 함께 들어가 있어요. 핫팩 속에는 철가루 말고도 아주 적은 양의 물과 소금, 숯 같은 재료들이 있답니다. 철이 공기 중 산소와 만나면 철에 있던 전자가 산소 쪽으로 이동하면서 에너지를 밖으로 내보내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따뜻하게 느끼는 열에너지예요. 물은 철과 산소가 전자를 주고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철이 산소에 전자를 보내려면 통로가 필요한데, 물이 그 길을 만들어주는 셈이지요. 소금은 물에서 전자가 더 빠르고 활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숯(활성탄)은 철가루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철가루가 뭉치지 않게 해줍니다. 그래서 공기와 습기가 핫팩 안쪽까지 들어갈 수 있고, 철과 공기의 반응이 핫팩 전체에서 고르게 일어날 수 있지요. 핫팩은 흔들면 더 빨리 따뜻해지는데요. 흔들 때 안에 든 철가루와 여러 재료들이 골고루 섞이고, 철가루에 공기가 더 잘 닿게 되기 때문입니다.

은은한 온기를 내도록 만들어진 핫팩

핫팩은 불처럼 갑자기 뜨거워지진 않아요. 손에 쥐고 잠시 기다려야 온기가 느껴지지요. 핫팩 속 철가루는 산소와 만나면 즉시 열이 날 만큼 빠르게 반응할 수 있지만, 핫팩은 그 반응이 한 번에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어졌어요. 핫팩 부직포를 통해 공기가 들어오는 양과 속 재료의 비율을 조절해 열이 조금씩 오랫동안 발생하게 한 것이지요. 그래서 핫팩이 겨울철 은은하고 오랫동안 손을 데워줄 수 있는 것이랍니다.

또 한 번 사용을 마친 핫팩은 다시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핫팩 속 철가루가 이미 산소와 만나 전부 녹으로 변했기 때문이지요. 더 이상 녹으로 변할 철이 남아 있지 않을 때, 열을 발생하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끝나는 것이랍니다.

추운 겨울에 손에 핫팩을 쥐는 일은 아주 익숙해요. 하지만 그 작은 봉지 하나에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원소들의 비밀이 숨어 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원소의 변화가 우리 손을 데워주는 것이지요. 다음에 핫팩을 사용할 때에는 이 익숙한 온기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한 번쯤 떠올려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