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은 하루 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인 동지였습니다. 보통 동지에는 어른이나 어린이 모두 팥죽을 먹는 풍습이 있어요. 그런데 어떤 해에는 동지에 어린이에게는 팥죽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지요. 왜 그럴까요? 오늘은 동지와 팥죽 먹는 풍습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이기 때문에 동지가 지나면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많은 문화권에서 동지를 태양이 부활하는 날로 기념하거나, 한 해가 새로 시작하는 기준점으로 삼았어요. 중국 주나라에서는 동지를 설날로 삼았고, 당나라에서도 동지를 달력의 시작으로 보았습니다. 당시 한반도에서도 당나라의 달력인 선명력을 사용했기 때문에, 원나라 달력을 도입하기 전까지는 우리도 동지를 새해의 시작으로 여겼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한국관광공사

동지가 되면 사람들은 부적을 만들거나, 팥죽을 쑤어 먹었습니다. 밤이 길어 음기가 강해 귀신이 활동하기 좋은 시기라고 여겼기 때문이죠. 과거에는 붉은색이 귀신을 쫓아준다고 믿었기 때문에 붉은 팥으로 죽을 쑤어 제사를 지낸 거예요. 일부 지역에서는 집안 곳곳에 팥죽을 놔두거나 문 주변에 뿌리는 등 귀신을 물리치기 위한 행사를 한 뒤 팥죽을 먹었다고 합니다.

조선 후기에 쓰인 책인 ‘동국세시기’는 1년간의 민간 풍속을 기록한 책인데요. 이 책에 동지 팥죽의 기원이 나옵니다. 공공씨 성을 가진 사람에게 아들이 있었는데, 이 아들이 죽어서 역귀(역병을 일으키는 귀신)가 됐다고 해요. 그 아들이 동짓날에 죽었기 때문에, 역귀들이 무서워하는 붉은 팥을 이용해 죽을 쑤어 귀신을 물리치게 됐다고 합니다.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는 당시 사람들이 동지 팥죽의 기원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려주는 기록으로 여겨져요.

동지를 포함한 24절기는 양력 날짜로 정해집니다. 그래서 매년 음력 날짜는 달라집니다. 과거에는 음력을 주로 사용했기 때문에 동지의 날짜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붙였는데요. 음력 11월 초순(1~10일)에 동지가 오면 애동지, 중순(11~20일)에 오면 중동지, 하순(21~말일)에 오면 노동지라고 불렀어요.

올해 동짓날 급식에 팥죽이 나온 것을 두고 논란이 생기기도 했어요. 한 학교에서 영양 교사가 급식으로 팥죽을 준비했는데, 올해는 애동지였던 게 문제였어요. 애동지에는 어린아이에게 팥죽을 먹이는 것이 좋지 않다는 믿음이 있어 왜 애동지에 팥죽을 준비했냐는 항의가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애동지에는 학교에서 시루떡이나 찐빵을 급식으로 준비하기도 한대요.

동지가 한자 명칭이라 동양 문화권만 동지를 기념할 것이라는 오해가 있기도 해요. 동아시아처럼 팥죽을 먹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서양에도 동지를 기념하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12월에 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제사 사투르날리아를 지냈어요. 이 기간에는 농업의 신인 사투르누스에게 제사를 지내고, 동지가 지난 후에는 동지에 태어난 빛의 신 미트라에게 경의를 표하며 빛이 돌아온 것을 축하했다고 해요. 이 시기에는 신분·계층이 뒤바뀌어 아내가 남편에게 집안일을 명령하거나, 주인이 노예에게 식사를 마련해 주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