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도에 솟은 마니산(472m)은 한 해를 마무리할 때 찾기 좋은 산입니다. 노을이 장관이기 때문입니다. 마니산 정상에 서면 강화도 갯벌과 서해 바다가 한눈에 펼쳐져요. 해가 지기 시작하면 바다는 은빛에서 붉은빛으로 변하고, 붉은 기운이 사라지면 회색과 남색이 층층이 겹쳐요.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인천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에요. 수도권에서 바다를 가장 시원하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하늘과 바다, 넘어가는 해를 동시에 보며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 다짐을 하기 위해 연말에 많이 찾습니다.
마니산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를 품은 산입니다. 마니산 정상에는 ‘참성단’이라는 바위 제단이 있는데요. 이곳은 고조선의 단군 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장소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역사책 ‘고려사’에는 고려 원종 때인 1270년에 참성단을 수리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오랫동안 우리 조상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온 신성한 산인 셈이죠.
옛날에는 마니산을 ‘마리산’ 또는 ‘두악(頭岳)산’이라 불렀습니다. ‘마리’는 ‘머리’의 옛말이에요. 우두머리 산이라는 의미입니다. 예로부터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산인 만큼 그 일대의 우두머리가 되라는 의미에서 마리산이라 불린 것이죠. 두악은 이를 한자로 표기한 것입니다. 머리 두(頭)에 큰 산 악(岳) 자를 쓴 거예요. 마리산의 발음이 변해서 마니산이 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마니산에는 ‘정수사’라는 고즈넉한 사찰이 있습니다. 신라 시대 회정 스님이 지었어요. 참성단에 들렀던 회정 스님이 마니산 능선의 생김새를 내려다본 뒤, 이 자리에 정수사를 세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마니산에는 야영장이 있는 ‘함허동천’이라는 계곡도 있는데요. 고려 말기에서 조선 초기에 활동했던 승려 무학대사의 제자인 ‘함허대사’가 정수사를 고쳐 지은 뒤 이곳에서 도를 닦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함허동천(涵虛洞天)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긴 곳’이라는 뜻입니다. 이 계곡에 있는 넓은 바위에는 함허대사가 썼다는 ‘涵虛洞天’ 글자가 새겨져 있지요.
마니산은 바위산이라 경치가 탁월하고, 산행도 쉬운 편이어서 우리나라 산림청이 꼽은 100대 명산에도 포함돼 있습니다. 다만 마니산에서 노을을 본 뒤 하산할 땐 해가 진 뒤이기 때문에 헤드랜턴을 사용하는 등 안전에 유의해야 합니다. 2.4㎞로 가장 짧은 코스인 ‘계단길’로 내려오더라도 1시간 30분은 걸린답니다.
해외 여행을 갈 때도 마니산의 화려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바깥 풍경 중 티라노사우루스의 등처럼 울퉁불퉁한 마니산의 바위 능선을 찾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