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강한 생명체는 무엇일까요? 동물의 왕으로 불리는 사자, 지구에서 몸집이 가장 큰 대왕고래… 그런데 최근 지구 최강 생명체로 이끼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주에서 9개월 동안 지내다가 지구로 살아 돌아온 이끼에 대한 연구가 지난달 한 국제 학술지에 발표됐거든요. 오늘은 우주의 극한 환경을 버텨낸 이끼와 우주에 다녀온 다른 생물들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우주에서 9개월 동안 살아남은 이끼
실험은 2022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본 홋카이도대 연구진이 이끼의 생존력을 확인하기 위해 이끼를 우주로 향하는 로켓에 태웠습니다. 연구를 이끈 후지타 도모미치 교수는 식물의 진화와 발달을 연구하던 중, 이끼가 사막이나 남극 같은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러다 ‘이끼가 우주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갖게 됐다고 해요.
연구진은 우선 지구에서 실험을 해 이끼가 자라는 과정 중 어떤 단계가 우주 환경에 살아남기 가장 적합한지 확인했어요. 실험 대상은 ‘피스코미트륨 파텐스’라는 이름의 이끼였습니다. 유럽이나 동아시아에서 많이 살고, 연구 대상으로 많이 쓰이는 종이에요. 연구진은 어린 이끼(유생), 이끼의 생식 구조(포자), 이끼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만들어지는 특수 줄기세포 등 세 가지 상태의 이끼를 준비했어요. 이후 공기가 거의 없는 진공 상태, 아주 뜨겁거나 차가운 온도 등 우주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각 상태의 이끼가 얼마나 손상되는지 확인했습니다.
실험 결과, 가장 생존력이 강했던 건 이끼의 ‘포자’였어요. 포자는 영하 196도에서 일주일 이상, 55도에서는 한 달 동안 지내도 죽지 않았어요. 연구진은 이끼 포자가 다른 상태의 이끼보다 우주 자외선에 1000배 정도 강하다고 분석했답니다.
연구진은 수많은 이끼 포자가 들어 있는 ‘포자체’ 수백 개를 우주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냈어요. 국제우주정거장은 여러 나라가 함께 운영하는 우주 실험실로, 우주 비행사들이 국제우주정거장에 지내면서 다양한 실험을 해요. 우주 비행사들은 이끼 포자를 국제우주정거장 바깥에 있는 실험 장치에 붙였죠. 이 포자들은 총 283일 동안 우주 공간에 머물렀고, 2023년 1월 다시 지구로 돌아왔습니다.
연구진은 우주에 다녀온 이끼 포자를 분석했어요. 그 결과 포자의 80% 이상이 살아 있었고, 실험실에서 다시 발아하는 데도 성공했답니다. 일부 포자에선 광합성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엽록소 양이 약 30% 줄었다는 사실이 관찰됐지만, 포자의 건강과 생식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어요. 이끼가 우주 환경에서도 손상되지 않는다는 뜻이죠.
연구진에 따르면, 이론적으로는 이끼 포자가 최대 15년까지 우주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해요. 앞으로 이끼 같은 식물이 달이나 화성에 살면서 산소를 만들거나 농사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해볼 계획이랍니다.
휴면 상태에서 수십 년 버티는 물곰
이번 연구를 통해 이끼의 생존력이 밝혀지기 이전에, ‘최강 생명체’라고 알려져 있던 존재는 물곰입니다.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물곰은 몸길이가 1㎜도 되지 않지만,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능력만큼은 어떤 생명체보다 뛰어나요. 물곰은 거의 모든 환경에 살며, 물과 미생물을 먹습니다.
물곰은 ‘크립토비오시스’라는 독특한 생존 전략을 가지고 있어요. 물과 산소가 줄어들거나 온도가 극단적으로 변하면 겨울잠처럼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 ‘휴면’ 상태가 되는 겁니다. 몸속 수분을 최소로 줄이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신체 활동인 ‘신진대사’를 멈추는 거예요. 물곰은 수십 년 동안 휴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해요. 그러다 다시 환경이 좋아지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살아나요.
물곰의 생존력은 우주 실험에서도 확인됐어요. 2007년 유럽우주국(ESA)은 물곰을 우주에 데려간 뒤, 12일 동안 강한 방사선·자외선 등 우주 환경에 물곰을 노출시켰어요. 그 결과 일부 물곰이 살아남았고, 지구로 돌아온 뒤에도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번식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후 비슷한 실험이 여러 번 이어졌는데, 물곰이 우주에서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반복적으로 확인됐답니다.
또 어떤 생물이 우주에 갔을까?
이처럼 과학자들은 우주에서도 끄떡없는 생명체와 그 비결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러한 호기심은 아주 오래됐습니다. 최초로 우주에 간 생명체는 초파리입니다. 1947년 미국 과학자들은 우주의 방사선이 초파리의 유전 물질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기 위해 초파리를 로켓에 실어 우주로 보냈어요. 초파리는 약 3분간 비행한 뒤 지구에 돌아와서도 살아 있었고 건강에 이상도 없었답니다.
1957년에는 소련 과학자들이 개 ‘라이카’를 우주로 보내기도 했어요. 안타깝게 지구로 돌아오지는 못했죠. 라이카는 발사 수 시간 만에 우주선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1961년에는 침팬지 ‘햄’이 영장류 최초로 우주에 다녀왔어요. 햄은 무중력 상태 6분을 포함해 약 16분 동안 우주를 비행하고 무사히 지구로 돌아왔어요. 비행이 끝난 뒤에는 미국의 한 동물원에서 17년을 더 살았대요. 생물학적으로 인간과 비슷한 쥐는 지금까지 우주에 가장 많이 간 동물이에요.
우주로 간 오징어도 있습니다. 하와이짧은꼬리오징어가 주인공이에요. 2021년 몸길이 3㎜ 정도인 새끼 오징어 120여 마리가 국제우주정거장 안에서 약 한 달간 지내다 돌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7년 국제우주정거장에 간 거미는 처음엔 무중력 상태에서 집을 잘 짓지 못하다가 며칠 지나자 지구에서처럼 대칭형 거미줄을 만들었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