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차 초콜릿, 말차 음료 등 ‘말차’ 열풍이 불었습니다. 말차가 이렇게 인기를 끈 것처럼 과거 영국에서도 크게 유행한 음료가 있었어요. 바로 ‘홍차’랍니다. 오늘은 홍차가 유행한 역사를 살펴보겠습니다.

말차와 홍차는 이름은 다르지만, 같은 ‘찻잎(차나무 잎)’으로 만들어요. 찻잎을 타지 않을 정도로 볶으면 녹차, 찻잎을 말려 가루로 만들면 말차, 찻잎을 검게 산화시키면 홍차, 찻잎을 미생물로 발효시키면 보이차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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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차를 마신 나라는 중국이에요. 중국 전설 속 왕 ‘신농’이 물을 끓여 마시던 중 찻잎이 물에 떨어졌는데, 맛이 좋아서 차를 마시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중국의 차 문화는 불교와 함께 발전했는데요. 차에 들어 있는 카페인과 테아닌 성분이 수행을 하는 승려들의 정신을 또렷하게 해줘 인기가 많았대요.

중국을 방문한 포르투갈인 선교사 가르파스 다 크루즈가 차를 유럽에 처음 소개했어요. 그는 1596년 출간한 책에서 차를 ‘동양의 신비한 음료’라고 표현했습니다. 17세기부터는 유럽 각국이 중국 등 아시아 국가와 무역하면서 유럽에 차가 퍼지기 시작했죠.

유럽 국가 중 차에 가장 열광한 국가는 영국이었어요. 1658년에 영국 최초로 신문에 실린 차 광고는 “차는 모든 의사가 인정한 훌륭한 중국 음료이며 커피 하우스에서 판매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차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은 근거가 있었는데요. 당시 영국인들은 약한 불에서 물을 15~30분간 잔잔히 데우며 차를 우렸어요. 물을 끓여 마시면서 장염처럼 물을 통해 걸리는 질병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죠.

1662년 영국 왕실에 시집온 포르투갈 공주는 귀족들과 티타임을 즐겼어요. 당시 왕실은 ‘유행 제조기’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차 문화는 왕실을 거쳐 일반 가정에 퍼져나갔죠. 1720년대에는 차에 우유와 설탕을 넣어 먹는 방식이 유행하면서 우유와 잘 어울리는 ‘홍차’가 큰 인기를 얻었답니다. 이때부터 높아진 홍차의 인기가 이어져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차로 자리 잡았어요.

당시 차나무는 중국에서만 자랐는데, 영국은 차나무를 중국 밖으로 가지고 나가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어요. 그러다 1851년 영국왕립정원협회 소속 식물학자 로버트 포춘이 중국을 돌아다니며 차나무 씨앗과 어린 차나무를 얻고, 중국 승려에게 차나무 재배 기술과 홍차 만드는 방법까지 배웠죠. 포춘은 이렇게 가져간 씨앗과 어린 차나무를 인도의 다즐링 지역에 심었고, 싹 틔우기에 성공하면서 다즐링 티가 탄생했어요.

비슷한 시기 스리랑카에도 차나무가 뿌리를 내렸습니다. 1869년 병충해로 커피 농사가 위기를 맞이했는데요. 당시 커피 농장 주인이었던 스코틀랜드 출신 영국인 제임스 테일러가 커피나무 대신 차나무를 심으면서 스리랑카의 실론 티가 등장한 거예요. 이로써 중국의 차 독점은 점차 막을 내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