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과 일본 사이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대만에서 전쟁 같은 긴급 사태가 발생할 경우 군사력을 투입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는데요. 중국은 이를 일본이 중국과 대만 사이 분쟁에 개입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받아들이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중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이후 중국 해경은 일본과 중국이 모두 자국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 바다에서 일본 어선을 몰아내고 군사용 배를 보내 순찰을 늘렸어요. 이 때문에 중·일 갈등이 영토 분쟁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센카쿠열도는 동중국해에 있는 5개의 무인도와 3개의 암초로 이루어진 섬 무리입니다. 현재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땅을 가질 권리)을 둘러싸고 분쟁 중이며 일본이 관리하고 있지요. 오늘은 센카쿠열도를 비롯해, 동아시아 영토 분쟁들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의 엇갈린 주장

센카쿠 열도 분쟁의 시작은 19세기 말 영토 확장 경쟁이 치열했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요. 일본은 청일전쟁(1894~1895) 말기에 센카쿠 열도가 주인이 없는 땅이라고 보고, 먼저 차지해 오키나와현에 포함시켰어요. 일본은 센카쿠 열도에 당시 중국(청나라) 땅이라는 흔적이 없었기 때문에 국제법에 따라 주인 없는 땅을 차지하는 절차를 거쳐 섬을 관리한 것이라고 설명해 왔어요.

그러나 중국은 청나라 이전인 명나라 때 이 섬들을 발견해 ‘댜오위다오’라고 이름 붙이고 항해에 활용해 왔다고 반박합니다. 또 중국은 일본이 청일전쟁에서 이기고 있던 점을 이용해 전쟁 도중 섬들을 일방적으로 자기 땅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에서 일본이 패하자, 미국은 군대를 통해 센카쿠 열도와 오키나와를 관리했어요. 그러다 1969년 센카쿠 열도 인근 바다 아래에 석유와 천연가스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나오자, 중국과 대만이 본격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1972년 일본이 미국에게서 오키나와와 센카쿠 열도를 관리할 권한을 넘겨받은 뒤, 중·일 간 영토 분쟁이 더욱 격렬해졌어요.

①일본과 중국이 모두 자국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입니다. ②러시아와 일본은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가장 남쪽 4개 섬에 대한 영유권 분쟁 중이에요. ③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 군도)는 총 6개 나라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센카쿠열도의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작은 섬들이 만든 러·일 외교 갈등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분쟁은 일본 북쪽 끝 홋카이도와 러시아 동쪽 끝 캄차카 반도 사이에 있는 섬들의 영유권을 둘러싼 일본과 러시아의 분쟁입니다. 쿠릴열도 가장 남쪽 4개 섬(에토로후·구나시리·시코탄·하보마이)이 분쟁 대상이죠.

1855년 러시아와 일본은 외교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때 쿠릴열도 가장 남쪽 4개 섬은 일본 영토였어요. 1875년에는 일본이 쿠릴열도 전체를, 러시아가 쿠릴열도 북쪽에 있는 큰 섬인 사할린을 갖기로 했어요.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5년 8월 소련이 쿠릴열도를 강제로 차지했지요. 그보다 앞선 같은 해 2월 미국·영국·소련이 모인 자리에서 이미 약속했거든요. 소련(러시아)이 일본과 전쟁하는 데 참여하는 조건으로, 사할린 남쪽의 쿠릴열도를 갖기로 말이죠.

쿠릴 열도는 일본 영토였는데 왜 다른 나라끼리 이렇게 정한 걸까요? 당시에는 전쟁에서 이긴 나라들이 모여 전쟁이 끝난 뒤 누가 어떤 땅을 가질지 정하던 시대였습니다. 일본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미국과 영국, 소련은 일본의 동의 없이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어요.

또 1951년 일본은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에 따라 쿠릴 열도에 대한 모든 권리를 공식적으로 포기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때 일본이 포기한 쿠릴 열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를 두고 일본과 러시아 간 분쟁이 시작됐습니다. 일본 정부는 현재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4개 섬이 쿠릴 열도가 아닌 일본 홋카이도 소속이라고 주장했어요.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으로서 합법적으로 영토를 차지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쿠릴 열도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지금까지도 양국 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로 남아 있답니다.

6개국이 얽힌 영토 분쟁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 군도) 분쟁은 동아시아 영토 분쟁 중 가장 복잡합니다. 중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대만, 브루나이까지 6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거든요. 이곳은 경제적 가치가 큰 어장이자 세계적 해상 운송로입니다. 또한 풍부한 석유, 천연가스 등 지하 자원이 매장돼 있지요.

스프래틀리 군도는 1930년대에 프랑스가 차지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이 점령했어요. 일본은 패전 후 영유권을 포기했고, 1951년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했습니다. 명·청 시대부터 중국 어민들이 인근 바다를 이용해 왔다는 게 근거였어요.

스프래틀리 군도는 100여 개의 작은 섬, 암초, 모래톱(모래벌판)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해면 위로 나와 있는 부분의 총면적이 서울 여의도(2.9㎢)보다 작은 2.1㎢에 불과하죠. 중국은 2014년부터 스프래틀리 군도를 메워 인공섬을 만든 뒤 군사 시설과 활주로를 지으며 이 지역에 대한 지배를 강화했습니다.

이에 대해 필리핀은 문제를 제기했고, 나라 간 분쟁이 생겼을 때 국제법을 기준으로 판단을 내려주는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중국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스프래틀리 군도의 대부분은 섬이 아니라 암초나 모래톱이기 때문에, 주변 바다를 한 나라만의 구역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죠. 이 판결은 국제법 질서를 지킨 중요한 결정으로 평가받지만, 중국은 지금까지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