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다리는 날이 있습니다. 바로 산불 방지를 위한 탐방로 통제가 끝나는 12월 16일이죠. 국립공원공단은 건조해서 산불 위험이 높은 매년 봄∙가을에 국립공원 탐방로를 통제하는데, 올가을은 이 기간이 11월 15일부터 12월 15일까지였습니다.
설악산 등산객의 절반 이상은 정상인 대청봉을 찾아요. 높이는 1708m로 설악산은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에 이어 남한에서 셋째로 높습니다. 원래는 ‘봉우리가 푸르다’고 해서 청봉(靑峰)이라 불렀다고 해요. 20세기 들어 등산이 활발해지면서 정상부의 가장 높은 봉우리를 대청봉(大靑峰)으로, 그보다 낮은 봉우리를 중청봉∙소청봉으로 부르면서 지금의 이름이 생겼습니다.
대청봉은 이상적인 산 정상 모습을 하고 있어요. 정상에 바위가 있어 시야를 막는 나무가 없고 경치가 시원합니다. 뾰족하지 않고 조금 펑퍼짐한 형태라 사람들이 몰려도 터가 넉넉합니다.
압권은 동해 바다입니다. 강원도 속초·양양의 망망대해를 볼 수 있어 산과 바다가 주는 경치의 즐거움을 모두 누릴 수 있습니다. 해돋이 산행지로도 인기가 높은데요. 바로 동해 수평선 아래에서 불끈 솟는 기운 넘치는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설악산 대청봉 일출을 보기는 쉽지 않아요. 정상을 오르는 최단 코스인 강원 양양군 서면의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하는 산길(오색 코스)이 가팔라 거리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겨울에는 새벽 4시부터 개방돼서 발이 무척 빠른 사람이 아니라면, 대청봉에 올랐을 땐 해가 떠오른 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색 코스는 5㎞이며 평균 4시간 정도 걸립니다.
따라서 소청대피소(1450m)에서 하룻밤 자고 1시간만 야간 산행하여 대청봉에 오르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새벽 산행을 최소화할 수 있어 안전하지만, 주말에는 대피소 예약이 쉽지 않습니다.
오색 다음으로 대청봉을 오를 때 탐방객들이 즐겨 찾는 코스는 바로 한계령입니다. 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할 수 있어서 급경사 구간이 오색에 비해 짧은 편이죠. 다만 정상까지 8㎞로 오색보다 3㎞ 길고 시간도 1시간 가량 더 걸립니다.
곧 올 새해에는 취향에 맞는 탐방 코스를 골라 설악산의 정점 대청봉에서 동해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돋이를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