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일본에서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가 개막해 오는 10월까지 열립니다. 오사카에서 55년 만에 다시 열린 행사죠. 그러나 이번 엑스포는 1970년 엑스포와 달리 심각한 흥행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1970년 오사카 엑스포는 고도 성장을 하던 일본의 황금기를 상징한 행사였는데요. 오늘 소개할 건축가는 바로 당시 행사의 총괄을 맡았던 ‘일본 현대 건축의 상징’ 단게 겐조(1913~2005)입니다.

일본 도쿄에 있는 후지TV 본사. 건축가 단게 겐조가 노년기에 설계한 랜드마크로, 격자형 건물 상단에는 지구를 연상시키는 구체가 있어요. /위키피디아

단게의 별명은 ‘세계의 단게’였습니다. 일본에서는 국가적인 공헌도가 큰 인물에게 ‘세계의’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하는데요.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화된 일본이 다시 일어서는 시기에 일본의 국가 건축 프로젝트를 맡았고, 일본의 전통 건축을 현대화하며 오늘날 일본이 건축 강국이 되는 데 기틀을 닦았습니다.

단게는 ‘도쿄 계획 1960’을 발표하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당시 도쿄는 인구가 늘어나며 점점 고밀화되고 있었는데요. 도쿄만에 80km짜리 선형 인공 구조물을 만들고, 고속도로·철도·에너지 수송관을 설치하고, 주변에는 행정·상업·주거 지구를 블록 형태로 배치한다는 구상이었어요. 인공 구조물을 확장해 더 많은 인구를 수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답니다. 비록 재정·행정적 한계로 인해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도쿄 계획은 도시를 유기체처럼 성장하는 존재로 보는 ‘메타볼리즘’ 운동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60년 전에는 황당무계하게 여겨진 이 계획은 훗날 많은 도시계획에 영감을 주었죠.

1964년 도쿄올림픽 때 사용된 국립 요요기 경기장은 단게의 역량이 집중된 대표작입니다. 케이블이 다리의 하중을 지지하는 현수교의 원리를 체육관 건물에 적용했죠. 두 개의 육중한 콘크리트 기둥에 케이블이 곡선 형태로 걸려 있는데, 이 케이블이 지붕을 지지합니다. 독특한 지붕의 곡선은 일본 전통 건축을 연상시키죠. 내부에 기둥이 없는 덕분에 관람객의 시야도 방해받지 않고요. 이는 건축 공학과 아름다운 디자인, 국가의 상징적 이미지가 결합된 기념비적 건물로 평가받습니다.

1970년대 이후 단게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러 도시의 마스터플랜을 기획하고 각종 대형 건물을 지었는데요. 1987년 아시아 국적 건축가로서는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통하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후학을 양성하는 데도 뛰어났습니다. 그에게 배운 건축가 중 2명(마키 후미히코·이소자키 아라타)이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았어요.

단게는 노년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현재 가치로 공사비만 4조원이 넘게 든 ‘버블 시대의 마천루’ 도쿄도청사(1991)와 도쿄만의 인공섬 오다이바에 지은 후지TV 본사(1996)가 대표적입니다. 후지TV는 거대한 타워를 공중 다리로 연결하고, 내부에 스튜디오와 상업 시설, 구(球) 형태의 전망대를 삽입했죠. 이 건물은 애니메이션 ‘디지몬 어드벤처’의 배경으로도 나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