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라틴어 공부
김태권 지음 | 출판사 유유 | 2만원
이 책의 저자는 원래 만화가로 유명합니다. 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한 후 독학으로 만화를 배웠다고 해요. 2003년 역사 교양 만화 ‘십자군 이야기’를 출간하고 만화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지요. 이후 ’르네상스 미술이야기’ ‘에라스무스 격언집’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등 인문학 만화를 그렸어요.
저자는 인문학을 만화로 담아내기 위해 동서양 고전의 원문을 직접 읽었대요. 이를 위해 라틴어와 희랍어까지 공부했다고 합니다. 동양 고전을 이해하기 위해선 한자를 반드시 알아야 하듯이, 라틴어는 오늘날 서양 문명의 근원을 이해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은 서양 고전 속에서 찾아낸 라틴어 문장 365개를 하루에 하나씩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답니다. 어떤 사물이나 개념의 속뜻을 느끼거나 깊이 생각하는 것을 ‘음미’라고 하는데요. 이 책을 읽으며 라틴어 문장을 음미할 수 있지요.
저자가 소개한 라틴어 몇 가지를 살펴볼까요. ‘모두스 비벤디(modus vivendi)’는 직역하면 ‘삶의 방식’이라는 의미예요. 저자는 이 말엔 다양한 쓰임새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사람뿐 아니라 생물의 생활 양식이나 국제 관계를 설명할 때도 이 표현을 쓴대요. 19세기 서양에서는 당장 평화조약을 맺기는 어렵지만 그럭저럭 싸우지 않고 공존하는 방식을 나타내는 말로 ‘모두스 비벤디’라는 말을 사용했다고 해요.
이 표현은 현대에도 종종 등장합니다. 20세기 냉전시대를 거치면서는 국가 간 다양한 갈등 상황에서 ‘일시적이지만 효과적인 해결책’을 의미하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고 해요. 일상에서도 이 표현이 종종 쓰이는데, 상대의 가치관이나 태도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더 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양보하겠다는 의미래요.
책에 등장하는 라틴어 문장들을 동양의 고전 ‘논어’에 나오는 말들과 비교해 생각해볼 수도 있답니다. 논어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사이좋게 지내며 화합을 도모하되 같아지지는 않는다’는 의미죠. 화이부동은 줏대 없이 남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에요. 라틴어 ‘모두스 비벤디’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이 있죠.
옛 사람들이 사용했던 언어를 통해 삶에 대한 통찰력을 배울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에요. 라틴어엔 ‘옴니아 무탄투르, 니힐 인테리트(omnia mutantur, nihil interit)’라는 말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모든 것은 변화할 뿐, 사라지는 것은 없다’라는 뜻이에요. 저자는 이 문장을 통해 ‘세상 모든 것이 변해도 우리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지혜를 전해준답니다. 라틴어 문장들은 마치 마법 주문처럼 들리기도 하는데요. 문장들을 매일 하나씩 소리 내어 읊어 본다면 하루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