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섯 살배기 조카가 (넙죽하게, 넓죽하게) 절하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 그는 (넙죽한, 넓죽한) 얼굴에 늘 미소를 띠고 있어 인자해 보인다.
위 문장에 들어갈 말은 무엇인지 골라 보세요. 정답은 ‘넙죽하게’, ‘넓죽한’입니다. ‘넙죽하다’와 ‘넓죽하다’는 첫 글자 받침 형태만 다르고 [넙쭈카다]로 발음이 같아서 헷갈리다 보니, 의미에 따라 구분하지 않고 어느 한 가지만을 선택해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러나 이 두 낱말은 상황과 의미에 따라 올바르게 구분해 사용해야 해요.
‘넙죽하다’는 ‘말대답을 하거나 무엇을 받아먹을 때 입을 너부죽하게 닁큼 벌렸다가 닫다’ ‘몸을 바닥에 너부죽하게 대고 닁큼 엎드리다’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고 선뜻 행동하다’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면 ‘술을 넙죽하니 받아 마셨다’, ‘넙죽하게 엎드리다’, ‘모두들 주저하는데, 그는 넙죽하게 다가갔다’와 같이 써요.
반면에 ‘넓죽하다’는 ‘길쭉하고 넓다’라는 뜻으로 ‘고생을 많이 했는지 그의 넓죽한 얼굴이 핼쑥해졌다’와 같이 써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넓죽하다’도 ‘넙죽하다’라고 한대요.
참고로 어원이 분명하지 않거나 본뜻에서 멀어진 경우는 어간의 원형을 밝히지 않는다는 ‘한글 맞춤법’ 제21항에 따라 ‘무엇을 받아먹거나 말대답할 때 입을 닁큼 벌렸다가 닫는 모양’ ‘닁큼 엎드려 바닥에 몸을 대는 모양’이라는 뜻이 있는 부사어는 ‘넓죽’이 아닌 ‘넙죽’으로 쓴다는 것을 알아두세요.
<예문>
나는 할머니가 주신 맛있는 고기쌈을 넙죽 받아먹었다.
우리 강아지는 나만 보면 넙죽하게 엎드려서 꼬리를 흔든다.
- 이 스타일은 얼굴이 넓죽한 느낌의 고객에게 어울린다.
- 코끼리는 넓죽한 발바닥으로 연신 흙먼지를 긁어댔다.
류덕엽 교육학 박사·전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