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용

*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찌개가 바짝 (졸았다, 쫄았다).

* 정치인들이 소신 발언했다가 당원들에게 밉보일까 봐 잔뜩 (졸아 있다, 쫄아 있다).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을 골라 보세요. 정답은 ‘졸았다’와 ‘졸아 있다’입니다.

‘졸다’는 ‘잠을 자려고 하지 않는데도 자꾸 잠들게 되다’라는 뜻 외에 ‘찌개, 국, 한약 따위의 물이 증발해 분량이 적어지다’라는 뜻이 있는데, 이때 유의어는 ‘닳다’ ‘말라붙다’예요. 또 ‘위협적이거나 압도하는 대상 앞에서 겁을 먹거나 기를 펴지 못하다’라는 뜻을 속되게 표현하는 말로, 유의어는 ‘기죽다’입니다.

‘공짜’를 [꽁짜], ‘소주’를 ‘[쏘주], ‘족집게’를 [쪽집게]라 발음하는 것과 같이 별다른 이유 없이 된소리로 잘못 발음하는 일이 있어요. 마찬가지로 ‘졸다’를 [쫄다]로 틀리게 발음하는 데서 나아가 ‘쫄다’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아요. ‘닳다’ ‘기죽다’의 뜻을 구어적으로 강조해 이르는 북한어가 ‘쫄다’인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북한에서는 ‘기름이 쫄다’ ‘사람들이 쳐다보니 너무 쫄아서 한마디도 못했다’와 같이 쓰지만, 우리 표준어는 ‘졸다’라는 것을 잊지 맙시다.

<예문>

- 된장찌개가 졸아서 맛이 너무 짜다.

- 수프가 졸아들지 않도록 너무 센 불에 끓이지 않는다.

- 처음엔 너무 도도해 보여 모두 졸아서 말도 못 걸었는데, 의외로 소탈한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 강팀과 대결한다는 부담으로 경기 초반에는 선수들이 너무 졸았는데, 차차 적응해 결국 승리했다.

류덕엽 교육학 박사·전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