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꽃나무라는 이름은 봄에 피는 꽃이 꼭 팥알처럼 붉은빛이 도는 자주색이어서 붙었어요. /국립생물자원관

나무는 예로부터 인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어요. 팥꽃나무과(科) 팥꽃나무도 그러한 좋은 예랍니다. 팥꽃나무는 봄에 피는 꽃이 꼭 팥알처럼 붉은빛이 도는 자주색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어요. 팥꽃나무속(屬)은 유럽·북아프리카·아시아 등 지구상에 널리 분포해요. 모두 51종이 있고, 인위적인 교잡종(계통·품종·성질 따위가 다른 것끼리 교배해 새롭게 생긴 품종)은 13종류지요.

이 중 팥꽃나무는 중국 산둥반도 이남, 대만과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나무예요. 가을·겨울에 잎이 떨어지고 봄에 넓은 새잎이 나는데, 키는 1m 내외입니다. 한반도에는 주로 평안남도와 황해도 바닷가, 전북 변산반도, 전남 진도·해남·완도 등 남북으로 길게 분포하지요. 잎은 길이 3~4cm로 끝이 뾰쪽하고 마주나요. 잎 모양은 가늘고 길며 끝이 뾰족하고 중간쯤부터 아래쪽이 약간 볼록한 달걀꼴이거나 긴 타원형이에요.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며, 잎자루는 약 4mm 정도입니다.

꽃은 잎이 나오기 전인 5월쯤 2년생 가지 끝에 홍자색으로 많이 피는데, 향기는 거의 없답니다. 눈에 쉽게 띄는 보라색 꽃은 정원이나 공원에 생동감을 더해 주기 때문에 관상용으로 으뜸인 식물입니다. 열매는 길이 4mm 정도 타원형인데, 7월쯤 빨갛게 익는답니다. 복숭아·살구처럼 단단한 핵으로 싸인 씨가 들어 있어요. 팥꽃나무는 그늘이 없는 곳에서 잘 자라지만, 반그늘에서도 잘 자라 키우기 꽤 쉬운 나무입니다. 자라는 속도는 꽤 더딘 편이에요.

팥꽃나무는 수액에 독성이 있어 피부 발진, 메스꺼움, 혼수상태를 유발할 수 있어요. 식물의 모든 부분, 특히 열매가 유독성이어서 주로 살충제 원료로 이용한답니다. 섭취했을 때는 위장염과 설사가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신장이 손상돼 신장염에 걸리거나 불규칙한 심장 박동 또는 혼수상태로 이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잘 다루면 치료제로도 쓸 수 있어요.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말린 팥꽃나무 꽃봉오리를 기침 치료용으로 썼어요. 새싹은 방부제·이뇨제·항응고제로 쓸 뿐 아니라 기관지염·변비·피부병 치료 등에 이용한답니다. 특히 전통 의학의 중요한 기본 재료 50종 중 하나일 정도로 중요하게 여겼지요. 팥꽃나무는 벌·파리·나비·나방 등 꽃가루를 옮기는 곤충에게 매우 중요한 나무입니다.

전북 부안 지방에서는 조기가 잡힐 때 꽃이 핀다 해 팥꽃나무를 ‘조기꽃나무’라 부른답니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격포 바닷가 500m 이내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팥꽃나무는 사람들의 남획으로 이제 자생지에서 거의 볼 수 없어요. 앞으로 전국 각지 공원이나 정원에서 우리나라의 귀한 자생수종 팥꽃나무를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