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궁궐 장식으로 쓰인 용머리 모양의 기와. /국립중앙박물관

최근 고궁박물관에서 조선시대 궁궐의 장식으로 사용된 ‘용머리 기와’ 모습을 공개했어요. 기와는 지붕을 만들 때 쓰는 자재 중 하나인데요. 흙 등을 빚어서 구워 만든 것입니다. 기와를 올리면 기와집이 되는 거지요. 기와를 올리지 않고 짚 등으로만 지붕을 만들면 초가집이 되는 거고요. 기와는 그 자체로도 비싼 물건이었지만, 무게를 버티기 위해서 굵고 큰 목재로 집을 지어야 했기에 기와집이 재력과 권력의 상징이 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기와가 동양 건축뿐 아니라 서양의 건축에서도 사용되는 재료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동양에서는 중국의 주(周) 왕조 시기(기원전 11세기~기원전 3세기)에 기와가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기와는 진나라와 한나라를 거치며 성행했고,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재료 중 하나가 됐습니다.

한반도에 기와가 처음 들어온 것은 중국 한나라 무제 때의 일입니다. 한 무제는 영토 팽창 정책을 펼치며 흉노를 공격하고 남쪽으로는 북부 베트남 지역의 남월(南越)을, 동쪽으로는 고조선을 정복해 멸망시켰습니다. 이때 한 무제는 정복한 고조선의 영토에 한의 군현을 설치해 지배했는데, 이 군현 중 하나인 낙랑군의 처소가 있던 평양 지역에서 다량의 기와가 출토됐어요. 같은 시기 한반도의 다른 지역에서는 기와를 덮는 문화가 없었는데, 한 군현에 설치된 이후 중국의 기와 문화가 한반도에도 들어오게 된 것이죠.

이후 한반도에서 기와는 독자적으로 발전했는데요. 고려 시대에 접어들며 청자 기술을 기와에 접목하게 됩니다. 청자를 재료로 만든 청기와를 개발한 거지요. 이는 고려만의 독특한 기와였다고 해요.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스 시기부터 기와를 사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고대 그리스 건축물을 보면 흰색 벽에 지붕이 붉은색인 경우가 있는데, 점토로 만들어 올린 기와가 많았던 것이죠. 유럽에서는 기와 외에 대리석을 깎아서 이는 재료로 쓰기도 했습니다. 이후 유럽 지역의 기와는 스페인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발전하게 되지요.

동양과 서양에서 모두 기와가 사용됐는데 왜 ‘기와’ 또는 ‘기와집’ 하면 동양적인 건축을 먼저 떠올릴까요? 기후의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여름 장마철에 강수가 집중되는 동아시아 기후의 특성상 지붕이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집의 크기에 비해 거대한 지붕을 만들다 보니 기와 지붕이 특징처럼 자리 잡은 것이랍니다. 반면 유럽 지역에서는 강수량이 동양에 비해 특정 시기에 편중되는 경향이 적기 때문에, 지붕보다는 벽이나 창문 등이 더욱 중요한 요소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