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남 지음 l 출판사 그림책공작소 l 가격 1만4400원
나무는 늘 한자리에 가만히 서 있어요. 하지만 매 계절 푸른 잎사귀를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죠. 잎을 떨어내 앙상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요. 늘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한편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거예요. 그러면서 온 세상의 풍경을 다르게 만들어요. 대단하지 않은가요?
그림책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의 모습을 우리에게 소개합니다. 책 속에 적힌 문장은 간결해요. “우리 동네엔 나무가 참 많아.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 꽃이 펴서 알았지” 같은 식이에요. 벚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벚나무였다는 걸” 딱 한 문장만 적기도 해요. 벚나무만의 개성이 꽃에 있다는 사실을 그림으로 알려주는 거예요.
이 책에는 총 일곱 종류의 나무가 등장합니다. 작가는 모든 나무를 설명할 때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라는 문장을 반복해요. 그래서인지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마치 리듬에 맞춰 노래를 부르거나 시를 읽는 느낌이 들지요.
짧은 문장에도 불구하고, 나무에 대한 풍성한 설명을 들은 듯한 느낌이 들어요. 작가가 예민한 관찰력으로 각 나무의 특징을 잡아내 설명하기 때문이에요. 이른 봄, 부채 모양 연초록 싹이 나오면 은행나무고요, 하트 모양 잎이 달린 나무에서 솜사탕 향기가 나면 계수나무라는 거예요. 참나무를 두고는 ‘다람쥐네 도토리밭’이라고 소개하네요. 이외에도 감나무와 구상나무, 느티나무도 등장하죠.
작가는 왜 평범한 나무들을 소개했을까요? 화려하고 특별한 나무도 많을 텐데 말이에요. 아마 작가는 이 책을 읽는 어린 독자들에게 그저 나무 이야기만 하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에요. 교훈이 될 만한 내용도 담고 싶었나 봐요.
“우리 동네엔 나무가 참 많아.” 이 책에 적힌 마지막 문장이에요. 이는 책의 첫 문장과 같아요. 책을 읽고 나면 같은 문장인데도 다르게 느껴집니다. 책장을 넘기며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의 특징과 개성을 알게 되거든요. 그래서인지 관심이 생기게 되고요.
이처럼 나무들은 각자 저마다의 모습으로 아름다워요. 이런 나무가 모여 아름다운 숲을 만들고요. 사람도 이와 같아요.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서로를 존중하도록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