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된 사람에게 수사 정보를 유출하고, 그 아내의 사기 사건까지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2021년 수사권 조정을 통해 ‘불송치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고 자체 종결할 수 있는 수사 종결권을 확보했다. 그런데 경찰이 이런 권한을 악용해 수사 무마를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검찰청 폐지와 맞물려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함께 여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검사의 보완 수사권 폐지까지 현실화하면 견제받지 않는 경찰의 사건 덮기 등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서울 강남경찰서의 A 경감과 경찰청 소속 B 경정이 사업가 C씨의 청탁을 받고 뒤를 봐준 혐의를 잡고 지난달 말과 이달 초 강남서와 경찰청을 각각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C씨의 주가 조작 혐의를 수사하다가 C씨가 두 경찰관과 문자 메시지로 수사 정보 등을 주고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C씨는 2024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대형 증권사 부장 출신 등 주식 시세 조종 세력과 공모해 미리 가격을 짜고 거래하는 수법(통정매매) 등으로 코스닥 상장사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시세 조종이 의심되는 시점에 이 회사 주가는 한 달여 만에 1000원대에서 4000원대로 급등했다. 공범인 전직 증권사 부장 등 2명은 지난달 구속 기소됐으나, C씨는 구속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C씨가 유명 인플루언서인 아내가 사기 등 혐의로 강남서에 피소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경찰관들에게 로비한 정황도 추가로 발견했다고 한다. 건강 관련 프랜차이즈 업체 모델로 활동하는 C씨 아내는 지난 2024년 가맹점주들로부터 사기 등 혐의로 강남서에 피소됐다. 그런데 강남서 수사팀장으로 근무하던 A 경감 등이 C씨 청탁을 받고 그의 아내 사건을 불송치 종결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하고 수사에 나선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관들이 C씨의 사업과 가족 리스크 등을 무마하기 위해 움직인 정황이 있다”며 “불송치 제도 등을 악용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수사를 지휘한 경찰 관계자는 본지에 “강남서의 C씨 아내 사기 사건 수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경찰은 자체 감찰을 통해 최근 A 경감을 직위해제했고 B 경정도 조사하고 있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비위 행위가 드러나면 징계 등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올해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검사의 보완 수사권 존치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터졌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경찰이 ‘검사 통제 없는 경찰의 수사 종결권은 위험하다’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