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의 천국’ 미국에선 풋볼·야구·농구·아이스하키 등 4대 프로 스포츠가 인기를 끌지만, 프로 구단 대부분은 대도시에 있다. 지방이나 인구가 적은 도시에선 대학 스포츠가 프로를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는 경우가 흔하다. 연고지 주민들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 대학팀의 풋볼이나 농구 경기에 수만 명이 몰리고, 대학 스포츠의 인기가 지역 경제를 떠받치는 도시도 많다. 또한 동문회를 중요한 사회적 네트워크로 인식하는 미국 사회에서 대학 스포츠가 동문들의 유대감을 촉진하고, 기부를 통해 학교와 지역 사회 발전에 비중 있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소도시 콘웨이에 있는 코스탈 캐롤라이나대 미식축구팀이 경기 전 그라운드에 입장하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소도시 콘웨이(Conway)는 1970년대까지 담배 농사로 번영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담배 산업에 대한 규제가 심해지면서 지역 경제가 위축됐고, 1990년엔 인구가 1만명 아래로 줄었다. 그러나 콘웨이는 대학교 미식축구팀의 인기 덕분에 인구가 늘고, 지역 경제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콘웨이에 있는 코스탈 캐롤라이나 대학교는 1993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에서 독립했다. 지난 2003년 코스탈 캐롤라이나대는 미식축구팀 ‘챈티클리어스’를 창단했다. 하위 리그에서 시작한 챈티클리어스는 2017년 NCAA(전미대학스포츠협회) 최상위 리그 승격을 이뤄냈고, 미국 전역에서 미식축구 유망주들이 콘웨이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콘웨이시(市)는 미식축구 경기장과 도심을 잇는 도로를 건설해 생활권을 확장했고, 지난해 시 인구가 3만1896명까지 늘었다. 35년 만에 인구가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인구 10만의 앨라배마주 터스컬루사는 앨라배마대 미식축구팀(크림슨 타이드)이 내수(內需) 경기를 떠받치는 도시다. 미국에서 알아주는 미식축구 명문교로 홈 경기가 열리면 도시 전체 인구와 맞먹는 관중이 몰린다. 10만77석 규모의 미식축구 경기장이 외부 관광객을 유인하는 지역 최고 명물이다. 앨라배마대 연구에 따르면, 미식축구팀이 터스컬루사 지역에 미치는 경제 효과가 연간 1억6000만달러(약 2300억원) 수준이다.

최근엔 중소 도시에 기반을 둔 미국 대학 스포츠에 달갑지 않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21년부터 대학생 선수의 초상권을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학이 중소 도시에 연고를 둔 대학팀의 유망주를 거액을 들여 데려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스타급 선수가 없어져 팀 성적이 하락하고, 관중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일부 대학에선 가장 인기가 좋은 미식축구팀을 유지하기 위해 수영·테니스·골프 같은 종목의 팀을 해체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