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모습./뉴스1

공군사관학교 예비생도 기초 훈련 과정에서 강제 취식과 폭행·폭언 등 가혹 행위가 있었다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권위는 공군사관학교장에게 가혹 행위 관련자 징계를, 공군참모총장에게는 학교에 대한 특별 정밀 진단 실시를 각각 권고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예비생도 A씨가 지난 2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이뤄졌다. A씨는 공군사관학교 예비생도 기초 훈련 도중 교관 등으로부터 폭행과 폭언 등을 당한 뒤 자퇴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구보 중 무릎과 허리를 다쳐 최소 1~2주간 훈련 열외를 권장하는 군의관 진단을 받았지만, 생활 지도 생도가 “가라(가짜) 환자 주제에”라며 부상 부위를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1.5ℓ 쿨피스와 맘모스빵을 지급한 뒤 빨리 먹게 강요하고, 이후 “식사할 필요가 없다”며 밥을 2회 굶게 했다고 했다.

인권위는 지난 2월 23일부터 25일까지 공사 예비생도 79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20명(25%)은 ‘식고문’ 형태의 음식 취식을 강요받았다고 답했다. 식사를 못 하게 한 사실이 있거나 이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인원은 36명(46%)이었다. 인권 침해 피해를 당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31명(39%)이 ‘있다’고 응답했다.

조사 과정에서는 10분 안에 큰 빵과 음료를 다 먹지 않으면 식사를 제한한다고 해 억지로 다 먹고 토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나체 상태로 목욕탕에서 팔굽혀펴기를 시켰다거나, 방범 카메라(CCTV)가 없는 세탁실 등에서 팔굽혀펴기와 버피 테스트를 50~100회 실시하고 엎드려뻗쳐 자세에서 네 발로 기게 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해당 지도생도와 교관 중 일부는 “예비생도들에게 훈육을 한 사실은 있으나, 과도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인권위에 해명했다. 또 “네 애비가 그렇게 가르쳤냐”라는 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애비’라는 표현은 예비생도의 담당 지도생도를 지칭하는 은어였을 뿐이라고 했다.

인권위는 얼차려와 폭언, 강제 취식, 식사 제한 등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학교 측에 시정을 권고했다. 또 “사관생도들이 민간인 신분의 예비생도를 대상으로 사실상 군기 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법령 위반의 소지가 크다”며 국방부 장관에게도 기초훈련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공사는 인권위 발표 후 배포한 입장자료를 통해 “인권위의 조사 결과와 권고 의견을 존중한다”며 “향후 예비생도들과 사관생도들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가운데 정예 장교를 양성할 수 있도록 사관학교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관련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법과 절차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