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시 내죽리 98번지의 은행나무/경북도

경북도가 영주시와 경주시의 은행나무 2그루를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신규 지정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이 나무들은 각각 조선조 금성대군의 단종 복위 운동과 관련한 설화가 깃든 보호수다. 단종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최근 14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이와 연관된 관광 요소를 지역 내에서 발굴해보자는 취지다.

이중 경북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 은행나무는 조선시대부터 금성대군의 넋이 깃든 나무로 알려졌다. 순흥면은 세조의 왕위 찬탈에 반대한 금성대군이 모반 혐의로 유배된 곳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성호 이익의 문집 ‘성호사설’에선 이 나무가 1455년 단종 폐위 이후 약 200년간 고사(枯死) 상태였으나, 숙종 시기인 1698년 단종이 복권되고 금성대군과 희생된 마을 사람들의 넋을 기리는 제단을 쌓자 새 잎이 돋아났다는 기록을 전한다. 마을 사람들은 이후 이 나무를 마치 부활한 단종처럼 여기며 신령스럽게 여겼다고 한다. 이 나무는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됐다.

경북 경주시 왕신리 운곡서원의 은행나무/경북도

같은 해 역시 보호수로 지정된 경주 왕신리 운곡서원 은행나무도 영주의 은행나무와 관련이 있다. 금성대군과 함께 단종 복위를 준비하다 처형된 권산해의 후손 권종락이 영주 은행나무의 큰 가지를 잘라 경주에 심었더니 다시 나무가 자라났다고 한다.

경북도는 단종 복위와 관련한 설화를 지닌 나무 두 그루를 산림청이 지정하는 국가산림문화자산 후보로 신청할 방침이다. 국가산림문화자산은 산림 또는 산림과 관련해 형성된 유·무형의 자산으로, 생태적·경관적·정서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클 경우 지정된다. 경북도 내에는 지난 2015년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의 황장봉산 동계 표석을 시작으로 청송 목계 마을 숲, 김천 단지봉 낙엽송 보존림 등 총 16곳이 지정됐다.

이와 별도로 경북 영주시에서도 단종 복위 역사가 담긴 ‘단종애사 대군길’과 ‘고치령’을 관광 자원으로 개발 중이다. 단종애사 대군길은 안정면 동촌1리의 피끝마을을 시작으로 금성대군 혈석을 모셨던 죽동 성황당, 단종 복위 사건으로 화를 입은 순흥 안씨들을 모신 대산단소, 소수서원을 비롯해 금성대군 신단까지 이어지는 7㎞ 길이의 둘레길이다.

경북 영주시 순흥면에는 세종 여섯째아들 금성대군 이유(李瑜)를 기리는 제단이 있다./박종인 기자

또 해발 770m 고치령은 백두대간 주요 통로로 단종이 머물던 영월과 금성대군이 유배된 순흥을 연결하는 길목에 위치해, 과거 금성대군이 단종과 밀사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았다는 전설이 남아있다. 단종과 금성대군을 함께 모신 산령각도 이곳에 있다.

최순고 경북도 산림자원국장은 “영화를 통해 재조명된 충신의 기개를 현장에서 느낄 수 있도록 산림 자산을 보존할 것”이라며 “경북도를 역사적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산림 관광의 중심지로 선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