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 전 서울시의원에게 공천을 주는 대신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강선우(무소속·서울 강서갑)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24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에 따라 강 의원과 강 의원에게 1억원을 준 김씨는 이르면 이번 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이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강 의원 체포 동의안은 여야 의원 26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64표, 반대 87표, 기권 3표, 무효 9표로 가결됐다. 헌법에 따라 회기 중 체포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이 있는 현역 의원을 구속하려면 체포 동의안이 통과돼야 한다. 체포 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현재 162석을 가진 민주당은 개별 의원의 판단에 맡긴다고 했는데, 민주당에서도 찬성표가 상당수 나왔다.
강 의원은 제8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약 5개월 앞둔 2022년 1월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김씨에게 ‘서울시의원 후보자로 공천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현금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강 의원은 서울 강서갑 지역위원장으로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고, 김씨는 결국 강서구 제1선거구 민주당 시의원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경찰은 두 사람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배임수재(강 의원)·증재(김씨) 혐의를 적용해 지난 5일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나흘 후 검찰은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선 “두 사람이 영장 심사에서 상대방 진술을 거짓말로 몰아 구속을 피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씨는 강 의원 요구로 1억원을 마련해 전달했고, 강 의원 측이 2022년 8월쯤 돈을 돌려준 뒤로도 계속 후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강 의원은 “김씨가 쇼핑백을 줄 때 1억원이 들어있는지 몰랐다” “애초 1억원을 요구했다면 돌려주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찰은 두 사람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난 김씨의 ‘쪼개기 후원’ ‘지방선거 공천 로비’ 의혹도 수사 중이다. 김씨가 강 의원에게 공천을 받기 위해 건넨 1억원을 돌려받은 뒤인 2022~2023년 두 차례에 걸쳐 10여 명의 이름을 빌려 강 의원에게 1억3000만원을 후원한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와 관련, 경찰은 김씨에게 부탁을 받고 강 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에게 고액 후원금을 보낸 것으로 지목된 20여 명 중 최소 7명이 김씨 가족 회사와 관련 재단 등에서 일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강 의원 후원 계좌 목록을 보면, 2022년 10월 8~11일 나흘간 후원금 8200만원이 한꺼번에 입금됐다. 그런데 8200만원을 보냈던 17명 중 4명이 김씨 가족 회사에 근무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명 중 2명은 김씨 남동생이 세우거나 최대 주주로 있었던 건설 시행사와 시공사에서 근무하거나 대표를 지냈다. 이 회사는 2021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와 임대주택 공급 약정을 체결하고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 오피스텔 2채를 지은 뒤 2022~2023년 두 차례에 걸쳐 SH에 총 282억원에 매각했다. 한 명은 김씨 어머니 박모(82)씨가 대주주로 있는 교육업체 대표였다. 이 업체는 2021~2025년 2억600만원 규모의 서울시 용역 사업 5건을 수의 계약으로 따냈다.
경찰은 김씨가 다른 지인들을 통해 민주당 실세 의원들에게 로비를 시도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 여동생이 지난 2018년 10월 민주당 A 의원에게, 2023년 7월엔 측근 조모씨 명의로 서울 지역 중진 B 의원에게 고액 후원금을 보낸 정황을 파악했다.
이런 가운데 김병기(무소속·서울 동작갑) 의원의 13가지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차남 취업 청탁 의혹’과 관련해 가상 자산 거래소 ‘빗썸’ 본사 사무실 등 2곳을 압수 수색했다. 경찰은 26~27일 이틀간 김 의원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김 의원 관련 의혹은 지난해 말 불거졌다. 이후 두 달이 지난 뒤에야 경찰이 김 의원 차남이 일한 빗썸을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늑장 조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