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헌금' 의혹을 받는 김경 서울시의원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공천 헌금’ 의혹의 중심에 있는 김경 전 서울시의원은 2023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출마를 준비했고,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을 바꿔 영등포구청장에 출마를 목표로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만큼 구청장이 좋은 자리로 여겨지고 있다는 뜻”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우선 구청장은 연봉부터 1억원이 넘는다. 구청장 연봉은 ‘지방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라 정해져 있다. 인구 규모에 따라 최소 1억1253만1000원, 최대 1억3160만4000원이다. 김 전 시의원이 2023년 출마를 시도했던 강서구는 인구가 50만명이 넘어 1억3160만4000원을 받아갈 수 있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출마하려고 했던 영등포구청장의 연봉은 1억2133만7000원이다.

구청장이 되면 업무추진비도 쓸 수 있다. 연봉과 별도로 구 행사나 사업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돈이다. 구청장들은 간담회 명목으로 식사를 하거나 직원들을 위한 다과 구입에도 이를 사용한다. 지자체 홈페이지에 매달 구청장이 사용한 업무 추진비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김 전 시의원이 출마를 시도했던 강서구청장은 지난달 부서 격려 식사와 다과 구입 등에 359만원을 썼다.

구청장에게는 타고 다닐 수 있는 관용 차량도 제공된다. 서울 구청장들은 주로 카니발, 넥쏘, 아이오닉5 등 중형차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청장은 자치구 예산도 관할하는데, 이 예산도 수천억 원대다. 서울 자치구는 인구에 따라 1년 예산이 5000억~1조원 규모다. 인구가 50만명이 넘는 강서구는 올해 예산이 1조4356억원 규모다. 정부 부처인 통일부가 1조2447억원인데 이보다 많다. 장관보다도 많은 예산을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런 탓에 구청장을 하며 이권을 챙기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나치게 이권을 챙기다가 직권 남용 등 혐의로 재판을 받기도 한다. 2000~2010년 재임한 박장규 전 용산구청장은 자신의 측근이 조합원 가격으로 재개발 아파트를 분양받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등 혐의로 기소돼 2015년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은 탓에 구청장은 당내 경선부터 치열하다. 특히 소위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이면 더 심하다.

앞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강남구청장 후보 자리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혼란이 일었다. 당 지도부가 경선에서 1등을 차지한 서명옥 전 강남구보건소장을 컷오프하고 조성명 전 강남구의회 의장을 후보로 전략 공천한 것이다.

지도부가 서 전 소장을 컷오프한 건 경선 과정에서 상대 후보였던 이은재 전 의원에 대해 “국회 예산을 빼돌리다 사기 혐의로 고발당해 벌금을 냈다”는 선거 운동 메시지를 발송했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 측이 서 전 소장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소했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 논의 끝에 경선 결과를 뒤집었다. 이에 서 전 소장과 이 전 의원 측 모두가 “경선 결과를 뒤집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민주당 텃밭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광주광역시 서구청장이던 임우진 전 구청장은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음주운전 2회 벌금형 전력을 이유로 경선에서 컷오프됐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은 서대석 후보를 공천했고, 당선까지 됐지만 서 후보 역시 과거 음주운전 3건이 적발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컷오프된 다른 후보들이 “현직 청장은 음주운전 2회라는 이유로 탈락했는데, 서 후보가 경선을 통과한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했다.

그렇지만 구청장이 모든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서울시의 눈치를 봐야 한다. 행정 권한을 대부분 서울시장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치구가 잘못한 일은 감사도 할 수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4일 마포구를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했다. 마포구가 삼개로와 마포대로 일대에 있던 기존 가로수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소나무를 심었는데, 주민들이 이를 두고 “예산 사용이 적절하지 못했다” “나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행정 절차를 위반했다”며 서울시에 감사를 청구했기 때문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들과도 잘 지내야 한다. 작년 3월 당원권 정지 3개월 처분을 받은 서강석 송파구청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송파구의회는 당 윤리위에 서 구청장에 대한 조사와 징계를 요청하며 “서 구청장이 본인 치적 사업을 강행하면서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고를 무시하고, 당정협의회 같은 소통도 없었다”고 했다.

구의회도 장악해야 한다. 구의회가 예산권을 쥐고 있어, 여소야대 정국이면 본인이 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서대문구는 이성헌 구청장이 꾸린 여자 농구단 예산을 2년째 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국민의힘 소속인데 구의회는 민주당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구청장이 추진하는 주요 사업의 예산을 구의회가 전액 삭감해 준예산 체제로 한 해를 시작하는 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