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2013~2014년) 스노보드는 ‘놓친 천재’의 기억을 안고 있었다. 세계 최강으로 성장한 클로이 김(26)은 한때 한국의 지원을 기다렸지만, 결국 미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애국가가 울렸다. 13일(한국 시각)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로 금메달을 목에 건 최가온(18)이 메달을 들어 보이며 깁스 상태인 왼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리비뇨=장련성 기자

그 선택을 누구보다 가슴 아파했던 인물이 있었다. 그즈음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장(2014~2018년)에 취임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었다.

클로이 김에 대한 아픈 기억이 사라질 즈음 최가온(18)이 등장했다. 협회는 이번엔 놓치지 않았다.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금메달리스트 최가온의 정상 등극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는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가 장기간 추진해온 ‘유망주 발굴 프로젝트’와 신 회장의 뚝심 있는 지원이 맞물린 결과였다.

신동빈 회장이 만든 방향 전환

신 회장은 협회장을 맡으며 분명한 원칙을 세웠다. 그는 클로이 김 사례를 언급하며, “두 번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하지 말자”고 주변에 수차례 강조했다.

12일 밤(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 출전한 최가온이 한국 스키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대한민국 선수단 가운데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은메달 클로이 킴, 금메달 최가온, 동메달 오노 미쓰키 리비뇨=장련성 기자

당시 클로이 김 측은 협회에 지원을 타진했지만, 협회 내부 사정과 제도적 한계로 이를 수용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미국을 택했다. 물론 그의 성장 과정을 보면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는 여론도 있었다. 이후 협회는 방향을 틀었다. 유망주의 해외 유출을 막고 국내에서 완성형 선수를 만들자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롯데 출신 전·현직 협회장의 합작

신 회장 이후에도 협회의 기조는 유지됐다. 롯데 출신 인사들이 스키협회장을 맡으며 ‘유망주 발굴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단순한 훈련 지원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선수를 관리하는 시스템이었다.

선수 조기 발굴과 해외 전지훈련, 국제대회 경험 축적, 부상 관리와 심리 캐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특히, 선수들을 자극한 것은 올림픽 금메달 3억원, 은메달 2억원, 동메달 1억원이라는 파격적인 포상금제였다. 이는 선수와 지도자 모두를 자극했다.

신 회장은 ‘하면 된다’ ‘성과에는 반드시 포상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최가온 역시 이 시스템 속에서 성장했다. 재능 위에 확신을 얹어준 구조였다.

신 회장은 단순한 후원자를 넘어 지난 2022년 롯데 스키앤스노보드팀 창단 과정에도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구성부터 운영 방향까지 세세히 보고받았고, 설상 종목의 경쟁력 강화를 그룹 차원의 스포츠 전략으로 끌어올렸다.

최가온 사고 당시 “아무도 보고 못 했다”

최가온이 허리 부상 때 회자하는 한 장면이 있다. 2024년 월드컵(스위스) 대회 당시 중 최가온은 허리 부상이라는 치명적인 고비를 맞았다. 문제는 그 순간이었다. 협회 내부에서 이 사안을 회장에게 보고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때 롯데 출신 전임 스키협회장이 직접 나섰다. 그는 “이건 신 회장에게 바로 보고해야 할 사안”이라며 그룹 커뮤니케이션실장에게 직접 전화해 신동빈 회장에게 상황을 전달하도록 했다.

최가온의 비보를 보고받은 신 회장은 “당장 선수 보호와 회복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지침을 내렸고, 지원 체계는 즉각 가동됐다.

이 에피소드는 지금도 스키인들 사이에서 회자한다.

2017년 8월 뉴질랜드 카드로나 전지 훈련캠프장에 선수와 지도자 격려차 방문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롯데그룹

메달은 개인의 영광이지만 시스템이 만든 승리

최가온의 금메달은 한 선수의 투혼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이는 협회의 방향 설정, 기업 출신 리더들의 책임감, 그리고 신동빈 회장의 스포츠에 대한 진심이 만들어낸 결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