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전경

국가인권위원회가 학생의 염색·화장·손톱 등 용모를 이유로 벌점을 부과해 온 고등학교에 대해 관련 규정 운영을 중단하고, 학생 인권에 부합하도록 학생생활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해 7월 18일 한 일반계 고등학교에 대해 두발 및 용의와 관련해 벌점을 부과하는 규정의 운영을 중단하고, 학생·교사·학부모 등 교육 공동체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규정을 개정하라고 결정했다.

해당 사건은 재학생 학부모가 “학교가 염색, 화장, 손톱 등에 대해 용모 제한 규정을 두고 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반복적인 지적과 벌점을 부과해 자율권과 인격권이 침해됐다”며 진정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학교 측은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학생생활규정을 제정·운영할 권한이 있으며, 해당 규정은 학습권 보장과 교육 환경 조성, 공동체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규정에는 △염색은 어두운 갈색만 허용 △탈색·코팅·피어싱 금지 △모든 색조 화장 및 매니큐어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고, 위반 시 벌점을 부과해 누적 점수에 따라 징계가 이뤄지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인권위는 학생의 두발과 복장, 용모 등 외모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헌법 제10조에서 파생되는 ‘개성을 자유롭게 발현할 권리’ 및 ‘자기결정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두발 형태와 색상, 화장, 손톱 표현 방식까지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점을 부과하는 방식은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높다고 봤다.

또 학교가 과거 규정 개정 과정에서 의견을 수렴했다고 주장했으나 관련 절차나 기록을 제출하지 못한 점, 이후 약 5년간 별도의 실질적 의견 수렴 없이 규정이 유지된 점 등을 들어 내용적·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해당 규정 운영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학생의 개성 발현권과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같은 해 10월 29일 해당 학교에 학생의 용모를 이유로 벌점을 부과하는 ‘학생생활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으나, 학교 측은 벌점 부과 방식을 유지한 채 일부 제도만 개선해 권고를 ‘일부 수용’했다.

학교는 △학생 자치 활동 참여 요건 완화 △징계 단계 세분화 △학생생활규정 제·개정위원회 재구성 △전체 의견 수렴 절차 도입 등을 조치했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벌점을 통한 용모 규제 방식이 유지되는 한 권고의 핵심 취지가 실질적으로 이행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벌점 등 불이익으로 학생을 규제하기보다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방향의 생활지도가 바람직하다”며 해당 사례를 공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