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율성 공원조성 철폐 범시민연대 등 38개 시민단체들이 11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의 정율성 흉상 복원 요청에 반발하는 성명서를 읽고 있다. /진창일 기자

다이빙(戴兵) 주한 중국 대사가 광주광역시를 찾아 정율성 흉상을 복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광주 지역 시민단체들이 반발했다.

정율성 공원 조성 철폐 범시민연대 등 38개 단체는 11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이빙 대사가 외교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자국 특정 인물의 흉상을 복원하도록 사실상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명백한 내정간섭이며 심각한 외교적 침략”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역사·문화·정치 사안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과 개입을 멈추고 대한민국 국민에게 엎드려 사죄하라”고 했다.

다이빙 대사는 앞서 지난 6일 광주 남구 정율성 거리와 광주시청을 방문했다. 그는 강기정 광주시장을 만나 “중국에서 임시정부 등 항일 유적지를 잘 관리·보존하고 있는 만큼 (파손된) 정율성 흉상을 복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율성은 1914년 광주에서 태어난 작곡가다. 일제강점기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 공산당에 가입했다. 1945년 북한으로 넘어가 조선인민군 장교로 활동했다. 6·25전쟁에도 참전했다. 이후 중국으로 귀화했다. 팔로군 행진곡(중국 인민해방군가),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을 작곡했다.

광주시와 남구는 2008년 정율성 생가가 있는 양림동 거리 이름을 ‘정율성 거리’로 바꾸고 정율성 기념 사업을 벌였다.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이유였다. 2009년에는 정율성 거리에 흉상도 세웠다. 남광주청년회의소가 중국 해주구 인민정부에서 기증받은 것이다.

2023년 그의 과거 행적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그해 10월 한 교회 전도사가 정율성 흉상에 밧줄을 묶은 뒤 차량으로 당겨 쓰러뜨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은 “정율성은 6·25전쟁에 인민군으로 참전하고 공산국가 중국에서 호위호식(護衛好食)한 뼈속까지 공산주의자”라며 “다이빙 대사의 흉상 복원 요구는 공산주의자 정율성으로 인해 지난 3년간 벌어진 ‘이념 논쟁’에 다시 불을 지피는 것”이라고 했다.

광주시를 향해서는 “공산군 군악대장의 흉상을 다이빙 대사의 지시로 다시 세우려 한다면 명백한 친중·친공 행보”라며 “정율성 흉상 복원 시도를 전면 파기하라”고 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흉상 복원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2월 말 서울에 있는 주한 중국 대사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다이빙 대사와 면담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