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61) 전 서울시의원이 구·시의원들을 매개로 다수의 더불어민주당 현역 국회의원에게 금품 로비를 시도한 정황을 경찰이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8일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가 국회의원 후원 계좌로 직접 돈을 보내는 방법 대신, 구·시의원 계좌를 거치는 일종의 자금 세탁을 통해 의원들에게 금품 로비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 계좌를 추적 중이다.

김씨가 시의원 시절 이용한 서울시의회 PC에서 경찰이 확보한 120여 개의 녹음 파일에는 김씨가 민주당 관계자와 현역 의원에 대한 로비를 논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녹음 파일에 따르면, 김씨는 2023년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서울 지역 모 의원 보좌관이었던 K씨와 통화에서 “양모 전 서울시의회 의장이 공천관리위원인 A 의원에게 (구청장 공천을) 부탁하겠다고 해서 돈을 줬다”고 말한다. 김씨는 또 2023년 6월 말 K씨와 통화하며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인 현역 의원 2명에 대한 금품 로비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로비 대상 국회의원의 지역구 출신 구·시의원, 의원 보좌관 출신 인사에게 먼저 접근한 것으로 경찰은 의심한다. 김씨가 국회의원과 개인적·정치적 친분이 있는 인사들을 통해 금품 로비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김씨가 이런 식으로 금품 로비를 시도하려 한 현역 의원은 4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중진 의원도 여럿 있다. 한 중진 의원의 경우 김씨가 전직 서울시의원을 통해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가 가족 회사를 이용해 차명으로 국회의원 측근 시의원들에게 돈을 보냈다는 의혹도 조사 중이다. 김씨는 남동생과 어머니가 대표로 있는 가족 회사의 계약직과 아르바이트생 계좌에 ‘급여’ ‘수고비’ 명목으로 500만~900만원을 송금했다가,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여 송금했다. 잘못 보낸 돈은 다른 계좌로 송금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김씨가 다시 송금해달라면서 알려준 계좌 중에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이나 구·시의원 계좌가 다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경→가족 회사 관계자→민주당 의원 보좌관이나 구·시의원’으로 돈이 흘러갔다는 얘기다. 경찰은 이 돈의 종착지가 국회의원들일 가능성을 조사 중이라고 한다.

김씨 측근 인사들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고액 후원한 정황도 드러났다. 김씨의 여동생은 2018년 10월 당시 현역이었던 S 전 의원에게, 김씨 남동생이 설립한 재단의 회원은 2022년 8월 강선우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또 경찰은 김씨가 2023년 7월 초 측근 명의로 500만원을 서울 지역 중진 C 의원에게 후원한 정황도 포착했다. 김씨가 C 의원에게 후원금을 보내기 전 해당 의원 보좌관과 ‘차명 후원’을 논의하는 통화 녹음 파일이 김씨 PC에 저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은 이르면 9일 경찰이 신청한 김경씨와 강선우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차명 후원’ ‘쪼개기 후원’과 관련한 내용은 범죄 사실에 포함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차명·쪼개기 후원 관련 의혹은 수사를 통해 규명한 뒤 추가 송치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