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직원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자랑’한 선행이 직장인 사이 기부 릴레이로 번져 훈훈함을 자아내고 있다. 해당 직원이 먼저 한 보육원에 온정을 나눈 뒤 기부를 독려하면서, 다른 직장인들이 하나둘 기부금을 보태기 시작한 것이다.
시작은 지난달 31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오늘 자랑 좀 할 게. 나 돈 좀 쓰고 왔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여기서 SK하이닉스로 직장 인증을 한 A씨는 “오늘 자랑 좀 하겠다”며 “오늘 인생에서 가장 현명한 소비를 하고 왔다”고 운을 뗐다. 블라인드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인증을 받아야만 가입과 글 작성이 가능하다.
A씨는 피자와 견과류, 과일 등 간식을 잔뜩 사서 세종시 영명보육원에 기부한 인증 사진과 함께 “학창 시절이 너무 힘들었어서 그때 취업하고 자리 잡으면 꼭 고아원에 기부도 하고 맛있는 거 사서 보내준다고 다짐했는데, 이루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며 “지금까지 아등바등 살았는데 오늘 처음으로 돈을 돈답게 쓴 기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도 아이를 키우고 있다 보니까 더 마음이 쓰인다”며 “남에게 베푼다는 게 꼭 부자들만 하는 건 아니더라”고 했다.
이 글을 본 직장인 네티즌들은 “형은 성과금 5억원 받아라” “이 글 보고 나도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정함이 세상을 구한다” 등 응원을 보냈다.
이 게시물은 약 8만6000회 이상 조회되고, 댓글도 600개 이상 달릴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일부 언론에도 보도되면서 더욱 이목을 끌었다.
이후 A씨는 지난 3일 재차 글을 올리고 “이슈가 된 김에 아이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되고 싶어서 다시 글 쓰게 됐다”며 직장인들에게 기부를 독려했다.
그는 “보육원 원장님과 통화를 했는데, 현재 애들이 쉴 곳이 마땅치 않아서 학업보다는 핸드폰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더라”며 “그래서 아이들에게 도서관을 리모델링해 주려고 모금 활동을 하시는데, 백원 천원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면 아이들에게 좀 더 빠르게 휴식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염치 불구하고 또 글을 남긴다”고 했다.
A씨는 “소액이지만 나도 기부에 동참했다”며 보육원에 30만원을 송금한 캡처 화면 사진과 모금 계좌 등을 첨부했다.
이어 “얘기 듣기로는 4000만원 모금하시는데 지금까지 1000만원밖에 모금이 진행 안 됐다고 한다”며 “5월까지 기부금을 모아 보고 만약 부족하면 내가 휴가 내서 반 셀프 인테리어로 발품 팔아서 개별 업자들에게 견적 받고 진행해서 2500만원까지 줄여 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어른들이 으쌰으쌰해서 아이들에게 희망을 보여 주자”고 했다.
이후 해당 게시물 댓글에는 직장인들의 ‘기부 인증 릴레이’가 이어졌다. 대한항공, NC소프트, NH농협은행, KCC, 한국조폐공사, 브로드컴, 공무원 등 다양한 직장인이 보육원에 기부금을 보낸 후 인증 사진을 첨부했다. A씨 이외에 다른 SK하이닉스 직원들도 기부에 동참했다. 한 변호사는 “덕분에 방구석에서 편하게 기부할 수 있었다”며 “무임승차하는 것 같아 좀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번 달 사건 수임하면 추가로 또 기부하겠다”고 했다.
영명보육원에 따르면, A씨의 기부 독려 이후 현재까지 기부금 약 2100만원이 모였다. 작년 12월부터 모금을 시작했는데, A씨의 글 이후 기부 문의가 압도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이권희 영명보육원 원장은 6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며칠 사이 80분 정도가 1만~30만원 금액을 보내 주셨다”며 “원래는 기부금이 다 모이는 데 2년 정도는 걸리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속도라면 금년 말쯤에도 도서관 리모델링 착수가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고 했다.
이 원장은 “보육원에 도서관 같은 공간이 없다 보니까 아이들이 방학에 하루 종일 휴대전화 하고 게임하고 이런 모습이 안타깝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아이들이 카페 같은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취미 활동도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며 “예상 외로 호응이 좋아서 너무 감사하다.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A씨를 비롯한 기부자들을 향한 감사 편지에서 “사랑의 온도탑을 급상승시켜 주신 분들이 바로 여기 함께해 주신 분들”이라며 “너무나도 고맙고 감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