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쫀득 쿠키/인스타그램

서울 마포구에 사는 대학생 이모(22)씨는 지난 14일 집에서 ‘두바이 쫀득 쿠키(이하 두쫀쿠)’를 만들어 먹었다. 이씨는 “두쫀쿠는 가격도 1개에 6000~8000원으로 만만치 않고, 툭하면 품절이라 구하기도 어려웠다”며 “비교적 싼 가격에 많이 먹고 싶어 집에서 만들어 봤다”고 했다. 이씨는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초코가루, 마시멜로, 카다이프, 아몬드 스프레드 등 재료를 구입했다. 오프라인에서는 피스타치오 스프레드, 카다이프 등 두쫀쿠 재료를 구하기는 것 자체가 어렵고,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물량 부족으로 배송에 최소 1~2주가 걸렸기 때문이다. 이씨는 “최근 가격이 급등한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는 엄두가 안 나 절반 가격인 아몬드 스프레드를 택했다”며 “사 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5만원에 36개를 만들 수 있어 앞으로는 친구들과 1~2주에 한 번씩 집에서 쿠키를 만들어 먹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연말 시작된 ‘두쫀쿠’ 신드롬이 이어지자 긴 대기와 비싼 가격에 놀란 2030세대는 집에서 직접 두쫀쿠를 만들고 있다. 이에 제과제빵 재료를 파는 서울 방산시장은 ‘두쫀쿠 재료 성지’로 등극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는 두쫀쿠 재료 가격이 폭등하자 직접 만들거나 대체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직장인 유모(30)씨는 지난 18일 젤라틴을 사용해 마시멜로를 만들고, 카다이프 대신 인도 면으로 알려진 ‘페니’를 사용해 두쫀쿠를 만들었다. 유씨는 “마시멜로는 1㎏에 1만원 가까이 줘야 했고 카다이프는 도무지 구할 수가 없어 젤라틴을 이용해 마시멜로를 만들고 250g에 1만3000원 수준인 페니로 카다이프를 대체했다”고 했다. 최근 두쫀쿠를 만들었다는 20대 여성 안모씨도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의 절반 가격인 콩담백면과 땅콩버터를 사용했다고 한다.

두쫀쿠 재료의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이마트에 따르면, 두쫀쿠 열풍이 시작된 지난달 1일부터 지난 22일까지 피스타치오 매출은 141.4% 올랐다. 마시멜로와 코코아파우더 매출도 각각 228.9%, 124.1% 증가했다. 관세청이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봐도 피스타치오 수입량은 지난 2021년 1182톤에서 지난해 2001톤으로 4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한 카다이프 수입업체는 지난해 11월만 해도 카다이프 가격이 500g에 9000원이었으나 최근에는 1만3000원 안팎으로 올렸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방산시장의 한 포장 용기 상점 창문에 '화과자 케이스 구매 가능 수량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두쫀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이를 담을 화과자 케이스도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다./이나윤 기자

이처럼 두쫀쿠 신드롬이 이어지자 제과제빵 재료와 포장지 등을 팔던 방산시장이 두쫀쿠 재료 성지로 등극하기도 했다. 지난 25일 오후 5시쯤 방문한 서울 중구 방산시장의 한 5평 상점은 평일 퇴근 시간 전에도 두쫀쿠를 사러 온 4~5명의 고객들로 북적였다. 두쫀쿠의 주재료인 피스타치오는 이미 품절이었고, 2만5000원에 판매되는 400g 용량의 카다이프도 30분쯤 지나자 모두 팔렸다. 이곳에 와서 거의 매일 들른다는 대학생 김모(24)씨는 “오늘도 피스타치오를 구하지 못했다”며 발걸음을 돌렸음. 이 가게 사장 A씨는 “작년 11월 말부터 두쫀쿠 인기가 급증하며 손님도 60% 이상 늘었다”며 “피스타치오는 공급이 두 달 동안 안 되고 있고, 매일 오후 4~5시에는 마시멜로, 카다이프 모두 품절된다”고 했다.

인근의 한 포장지 전문 업체 유리문과 매대 곳곳에는 ‘현재 화과자 케이스 제품의 물량 부족으로 일시적으로 수량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한 팀당 3팩(300개) 구매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두쫀쿠는 주로 이런 케이스에 담겨 판매되는데, 두쫀쿠 인기가 커지며 화과자 케이스조차 물량 부족을 겪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대기업들도 두쫀쿠 열풍에 올라타 관련 식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재료 가격이 더욱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농산물인 피스타치오와 수량 대부분이 터키의 영세 업체에서 생산되는 카다이프의 경우, 출하량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게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