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경찰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 대형 사건이 몰리고 있다. 집권당의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현역 의원과 장관 출신 의원 등 거물급 인사들이 줄줄이 경찰 수사 선상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 이들에 대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시선이 엇갈린다. 경찰 내부에선 “국가 중추 수사 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란 기대가, 야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친정권 인사 의혹엔 눈감는 ‘사건 은폐·암장’이 우려된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뇌물 수수 혐의로 고발된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강선우 의원에 대해 최근 수사에 착수했다. 강 의원은 2022년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의원 출마자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 당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간사였던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혐의다.
김 전 원내대표는 자기 지역구인 서울 동작갑의 지방의원 출마 예정자에게도 돈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사건도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이 접수됐다. 경찰은 김 전 원내대표 아내 이모씨가 동작구의회 부의장의 법인 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과 국가정보원 직원인 장남의 업무에 김 전 원내대표 보좌진을 동원했다는 의혹 등도 수사할 예정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지난달부터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이첩한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민주당의 전재수 의원과 임종성 전 의원, 미래통합당 김규환 전 의원이 2018~2020년쯤 통일교에서 현금과 명품 시계 등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가 수사 대상이다. 경찰은 또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규명하지 못한 미제 사건도 넘겨받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뇌물수수 혐의, 심우정 전 검찰총장 직권남용 혐의 고발 사건 등이다.
현 정권 출범 후 검찰의 권력형 비리 사건 인지 수사는 사실상 중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의 수사 역량과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수본 특별전담수사팀은 지난달 15일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전재수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압수수색 소식이 언론에 보도된 지 3시간이 지나서야 전 의원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해 ‘늑장 수사’ 논란이 일었다.
김병기 전 원내대표 지역구를 관할하는 서울 동작경찰서는 지난해 11월 김 전 원내대표가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았다는 관련 진술서를 접수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난 최근까지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경찰이 정권 실세 수사에 소극적”이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