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광역시 한 4년제 대학에서 교수들이 학생들 대신 시험을 치르다 적발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자신들이 모집한 학생들이 제적당해 학과가 폐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저지른 일이었다. 학과 정원만 채우는 ‘유령 대학생’인 이들은 모두 40~50대로 평소 수업에 출석조차 안 했고 시험도 응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이 벌인 일을 취재하다 기가 막혔다. 이 대학 교수 A씨는 2022년 1학기부터 2023년 2학기까지 모두 29회에 걸쳐 학생들의 중간·기말고사 답안지를 대신 작성해 담당 교수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다른 교수 2명도 같은 방법으로 성적을 조작하거나 방조한 혐의를 받았다. 학생 대신 답안지를 작성하고 채점까지 해 교무처에 내기도 했다. 이 사건은 50대인 다른 학생이 F학점을 받자 앙심을 품고 “등록금 360만원을 돌려달라. 교육부에 비리를 알리겠다”고 협박하면서 외부에 알려진 것이다.
광주 지역의 교육계 관계자는 입학생이 줄자 대학 측의 요구가 심했다고 한다. 그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거나 고령자를 설득해 입학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학업에 뜻이 없다 보니 골머리가 아프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대학 측은 “대리 시험이 관행적으로 치러지진 않았고, 학교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교수 개개인의 일탈로 책임을 축소하고, 사건이 터졌는데 학교 차원의 진상 조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이 대학만의 문제겠나. 2019년 53만여 명이던 대입 수험생은 2024년 입시에서 44만여 명으로 급감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 간판 없어진다”는 말처럼, 지방 대학들은 이미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생존 문제에 직면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폐교한 대학은 22곳에 불과하다. 이번에 사건이 터진 대학은 2018~2022년 사이 정원 미달로 학과 6개를 폐과했다고 한다. 교수들은 학과 존립이라는 대가를 바랐을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폐과 위기에 놓인 학과, 신입생을 못 채우는 대학일수록 ‘유령 대학생’ 유치 유혹이 클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벌금형으로 끝난 이 사건을 대학은 조용히 덮으려 한다. 하지만 개인적인 일탈이나 이례적인 범죄로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다. 교육부는 당장 ‘유령 대학생’으로 의심되는 경우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정확한 실태부터 파악한 뒤 바람직한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대학에서 교수가 가짜 학생들 대신 시험을 쳐주고, 그 학생들이 다시 교수를 협박하는 황당한 일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대한민국 대학의 자멸이란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