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새해 예산에서 올해 예산보다 7341억원 늘어난 14조2621억원을 확보했다. 최근 2~3년간 경찰청 예산 증액 규모는 매년 5000억원대였는데 내년에는 2000억원 가까이 추가로 늘린 것이다. 이에 경찰은 올해 4800명이었던 신임 순경 채용 정원도 내년엔 6400명까지 늘렸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주요 수사도 주도하게 됐다. 현 정권이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청 폐지를 결정하면서다. 여기에 더해 지난 정부 때 폐지했던 일선 경찰서 정보 경찰도 부활한다. 정권이 바뀌자 전폭적 지원을 받아 막대한 조직·예산에 수사권과 정보까지 거머쥔 ‘공룡 경찰’ 시대에 접어들게 됐다는 평가와 함께 무소불위 경찰의 권력 남용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해 경찰 예산 14조2621억원 가운데 올해보다 증액된 주요 사업 관련 예산은 2조7046억원 정도다. 올해 예산과 비교해 약 4.1%(1063억원) 늘어났다. 보이스피싱 등 각종 사기 범죄 관련 예산이 올해 55억4000만원에서 내년 84억1000만원으로 28억7000만원 늘었다. 범죄 수사 등에서 국제 공조를 강화하겠다며 해외 파견 인력 운영 예산도 올해 21억7000만원에서 내년 46억3000만원으로 2배 이상이 됐다. 마약 수사 예산도 15억6000만원에서 34억7000만원으로 늘었다. 매년 4800명 채용하던 신임 순경을 내년에 6400명까지 늘림에 따라 관련 예산이 97억원 늘어 총 472억원이 됐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전국 경찰서 198곳에 정보과를 다시 복원한다. 지난 정부는 정보 경찰과 지역 토호 세력 유착 등을 막겠다며 일선 경찰서 정보과를 없애고 대신 시·도 경찰청 중심으로 정보 경찰 조직을 재편했었다. 하지만 경찰청은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 같은 초국가 범죄에 빠르게 대응하려면 범죄 첩보를 적기에 수집할 필요가 있다며 경찰서 정보과를 복원하겠다고 했다. 새로 설치될 경찰서 정보과에 배치될 경찰관만 1400여명이다. 한 경찰 정보관은 “이제는 경찰이 국내 정보에 있어 정보관(IO)이 폐지된 국가정보원을 능가하는 막강한 정보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숙원 과제이던 1차 수사권을 확보한 데 이어 현 정부 들어 국가 중추 수사 기관의 위상도 갖게 됐다. 현 정권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사실상 폐지하는 수사·기소 분리에 나서면서다. 실제로 이른바 검찰청 폐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미 각종 특별수사 사안이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로 넘어오고 있다. 내란 등 3대 특검 수사 종료에 따라 관련 미제 사건도 국수본에 이첩됐다. 정치권에서 새로운 특검 도입 논의가 진행 중인 통일교의 여야 정치권 금품 로비 수사도 경찰이 맡고 있다.
보이스피싱과 마약 같은 민생 범죄는 물론 고용노동부 소관이던 산업 재해 원인 규명도 경찰이 담당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도 각종 산업재해에 대해 경찰이 전담 수사팀(중대재해수사팀)을 구축하라고 했다. 업무상 과실치사 수사에 그쳤던 경찰 수사가 이젠 사건 원인 규명부터 감식, 뇌물 리베이트 같은 구조적 비리로도 확대되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경찰 조직·예산·기능의 비대화에 상응하는 통제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과거 검찰은 2300여 명 규모의 인력을 갖고 15만명에 가까운 경찰을 통제했는데, 검찰청이 폐지되면 이런 통제 기능마저 사라지게 된다”며 “그렇게 될 경우 경찰은 무소불위 권력 기관화할 수 있다”고 했다. 몇십 명 외부 인사로 구성된 경찰위원회 같은 기구로는 공룡 경찰을 통제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도 이달 17일 열린 국정 업무 보고에서 “경찰 역할이 커지고 있고, 권한이 커지는 만큼 책임도 많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에 대한 통제 부재 가능성과 관련해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구체적인 통제 장치 마련과 관련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헌법 강의나 인권 관련 행사 등을 열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초에는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초청해 강연도 열었다. 법조계에선 “경찰이 현 정부 들어 위상을 강화하면서 몸 낮추기식 표정 관리에 나선 것이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통제 장치 마련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