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당시 경영난을 겪다가 학생들의 도움으로 재기했던 영철버거의 이영철 대표/조선일보 DB

서울 안암동 고려대 앞에서 20년 가까이 1000원짜리 수제 버거를 팔아 고려대 명물이 된 ‘영철버거’ 사장 이영철(57)씨가 13일 오전 별세했다.

고인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국집, 군복 공장 등을 전전했다. 신용 불량자가 된 그는 2000년 손수레를 끌고 고려대 앞에서 1000원짜리 버거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핫도그빵 사이에 고기 볶음과 양배추, 소스 등을 넣은 ‘스트리트 버거’가 가성비 좋다는 소문이 났다.

재료 값이 올랐을 때도 버거 가격은 올리지 않았다. 양배추와 청양고추 가격이 치솟아 버거 하나를 팔 때마다 수백 원 적자가 날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과의 ‘1000원’ 약속은 지켰다. 2004년부턴 고려대에 수차례 2000만원씩 1억원 넘게 기부했다.

그는 메뉴 고급화 등을 시도하다 2015년 경영난에 폐업했다. 그러자 고대생들이 영철버거 살리기에 나섰다. 당시 2500여 명의 고대생이 모금에 나서 6800만원이 모였다. 이를 토대로 영철버거는 재개업할 수 있었다.

이번엔 병마가 그를 막아섰다. 고인은 지난해 7월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 고대 재학생과 동문들 사이에선 애도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그의 온라인 부고장엔 “주린 배를 채워주셨던 아버지 같은 분” “따뜻한 표정 평생 간직하겠다”는 글이 천 개 넘게 달렸다.

14일 오후 찾은 서울 성북구 영철버거 앞에도 이씨를 기리는 꽃다발 10개가 놓여 있었다. 빈소 조문 이후 이곳을 찾았다는 고려대 경영학과 김현종(25)씨는 “군 복무를 할 때 군복을 입고 휴가를 나와 매장을 찾으면 사장님이 ‘고생한다’며 무료로 버거를 주셨다”고 했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이날 오후 4시 30분쯤 빈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고려대는 장례식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고인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신설하기로 했다. 빈소는 고대안암병원, 발인은 15일 오전 6시 30분. (02)923-4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