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총경 이상 고위 간부에게 마약 검사를 실시한 결과 검사에 응하지 않은 일부를 제외한 전원이 마약을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사를 거부한 이들은 “경찰관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마약 검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11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서범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마약 검사 대상이었던 총경 이상 고위 경찰관 911명 중 검사에 응한 893명 모두 마약 복용 사실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음성 판정을 받았고, 일부 양성 판정이 나온 경우에도 평소 복용하는 진통제 등에서 검출된 것으로 소명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별도의 감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18명은 마약 검사에 동의하지 않아 검사를 받지 않았다.

경찰은 총경 이상 경찰 전원과 시·도 경찰청의 감사·감찰 및 마약 수사 담당 경찰관을 대상으로 마약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지난 8월 밝혔다. 당시 경찰청은 “마약 단속의 주체인 경찰이 국민에게 당당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내부 검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마약 검사는 불시에 타액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단 이번처럼 본인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검사를 받지 않을 수 있다. 경찰은 올해 안에 신임 경찰 교육생들에 대해서도 마약 검사를 실시한 후, 내년부터는 경찰공무원법을 개정해 일선 경찰서별로 전 직원의 10%에 대해 마약 검사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음성·양성 및 동의 여부 등 기록은 통계 관리 목적으로만 활용하고 외부로는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경찰 내부에선 “경찰관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익환 서울경찰청 직협 위원장은 “국민에게 더 떳떳하기 위해서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다른 공무원들은 제쳐두고 유독 경찰에게만 더 엄정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