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을 안쪽으로 당기세요, 뒷목은 세워야 됩니다!”
지난달 24일 오전 경기 과천시 갈현동 건강생활지원센터에서 주민 10여 명이 필라테스 수업을 받고 있었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누워 있는 주민들에게 강사가 “복부 힘을 써서 상체를 일으키시라”고 하자 거친 숨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사설 필라테스 강습장은 20·30대가 대부분이지만 이날 센터에 모인 수강생은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필라테스 프로그램은 시 예산이 지원돼 전액 무료로 운영된다. 맨 앞줄에서 수업을 받던 박모(51)씨는 “1년 전 이사 왔는데 예전에 비싼 돈 내고 받던 일대일 필라테스 수업보다 알차다”며 “매일 즐기면서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근처 과천행복어울림센터 2층 노인재활체육센터를 찾았더니 이곳도 5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북적였다. 70대 여성 전모씨는 물리치료사 주모(35)씨의 도움을 받아 레그프레스(하체 운동 기구) 등을 이용한 근력 운동을 하고 있었다. 주씨는 “나이가 들수록 근력이 중요한데 과천은 어디든 체육 시설이 있다”며 “노인들을 대상으로 요즘 유행하는 러닝(달리기)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과천은 ‘뿌리 깊은’ 건강 도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986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건강 도시 프로젝트’가 한국에선 1996년 과천에서 처음 시작됐다. WHO는 건강 도시를 ‘시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는 도시’라고 정의한다. 과천은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산출한 ‘한국 건강 지수’에서 60.96점을 기록해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1위였다. 전국 평균은 50점이었다. 과천 주민들의 신체 활동 비율이 평균보다 훨씬 높았고, 고혈압·당뇨병 진단 비율은 평균의 절반이었다.
과천시는 일찍이 체계적인 건강 정책 수립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연세대 보건대학원과 협력해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금연 프로그램과 올바른 식습관, 생애 주기별 건강 관리 교육, 고혈압 등 만성 질환 예방 관리 시스템을 운영했다. 관악산·청계산 등산로를 정비하는 등 걷기 코스를 곳곳에 개발했다.
과천 시민들의 ‘근력 운동 비율’과 ‘고강도 신체 활동 비율’은 전국 최상위권이었다. 그 결과 252개 기초자치단체의 비만율 평균은 38.7%였지만 과천은 30.4%였다. 흡연율도 9%로 전국 평균(17.64%)의 절반 수준이었다. 최근 1년간 1주일에 두 번 이상 술 7잔 이상(남성 기준, 여성은 5잔)을 마시는 고위험 음주율도 과천은 5.47%로 평균(11.6%)의 절반이 안 됐다. 정신 건강 점수도 강남 3구 등 다른 수도권 지역보다 높았다. 인구 1000명당 우울증 진료 비율은 전국 평균 21.6명이었지만, 과천은 7명이었다.
과천 주민들은 운동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을 건강 관리의 최고 비결로 꼽았다. 12년 전 서울에서 이사 왔다는 주민 고모(46)씨는 “과천이 큰 도시가 아닌데도 체육 공원이 곳곳에 있고 공원마다 여러 운동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참여할 수 있다”며 “주말에 가족끼리 등산을 다녀오거나 양재천을 거니는 모습이 일상”이라고 했다.
과천시는 숲·공원 등이 도시 면적에서 차지하는 녹지 비율도 지난해 기준 86.79%로 전국 평균(71.18%)보다 높았다. 김은조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연구원은 “주거지 인근에 조성된 공원과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한 과천의 체육 인프라가 주민들을 자연스럽게 집 밖으로 이끌어내고 있다”며 “과천은 쾌적한 도시 환경과 생활 체육 정책을 결합하여 만성 질환을 ‘사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