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노쇼(예약 부도) 사기’를 벌였던 한국인 범죄 조직원들이 한국 경찰과 캄보디아 정부 공조로 현지에서 붙잡혔다. 한국·캄보디아 합의에 따라 지난 10일 한국인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코리아 전담반’이 출범한 이후 현지에서 사기 조직을 적발한 첫 사례다.
캄보디아에 근거지를 둔 중국 범죄 조직들은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등 각종 온라인 범죄를 저질러왔다. 이들은 현지에 ‘웬치’라고 불리는 거대 단지를 만들어 놓고 한국의 2030 청년들을 유인·감금해 범죄에 가담시키고 있다.
경찰청은 27일 “캄보디아 당국과 공조해 이달 13일 (남부 항구 도시) 시아누크빌에 있는 노쇼 사기 조직의 본거지를 급습해 한국인 조직원 17명을 검거했다”고 했다. 한국인과 중국인 등이 섞여 있는 이 조직은 정부·공공기관이나 군부대를 사칭해 단체 회식 예약을 하거나 대형 용역 계약을 의뢰한 뒤, 이를 미끼로 관련 고가 물품을 위장 업체에서 대리 구매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방식으로 올해 5월부터 1만5000명을 상대로 약 35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번 검거 작전에서 국가정보원, 법무부 등과 협력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지난 7월 시아누크빌의 폐쇄된 카지노 일대에서 한국인이 포함된 노쇼 사기 조직이 활동하는 정황을 포착해 한국인 조직원 신원과 금융 기록 등을 추적해 왔다. 이렇게 모은 정보는 ‘보이스피싱 정부합동수사단’에 넘겨져 인터폴 수배 등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이날 캄보디아 범죄 소굴인 ‘태자 단지’ 등에서 범죄 조직을 운영한 프린스그룹 등 범죄에 연루된 단체 132개와 개인 15명에 대한 제재도 발표했다.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 조직범죄에 대응한 우리 정부의 독자 제재는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주는 초국가 범죄에 총력 대응해 왔다”며 “이번 독자 제재 역시 그러한 노력의 연장선”이라고 했다.
보이스피싱 등 사기 범죄 수익에 대한 몰수·추징을 강화하는 내용의 부패재산몰수법 개정안도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간 법원 판단에 따라 몰수·추징 여부를 결정했지만, 이젠 필수로 바꾼다. 범죄 피해액에 대한 검사의 입증 책임도 대폭 완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