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박사. /유튜브

‘저속 노화’ 대중화를 이끈 내과 전문의 정희원 박사가 국내 연구·개발(R&D) 구조를 “단타 위주” “인맥 중심”이라고 비판했다.

2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정 박사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에 ‘한국에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없는, (아마도) 없을 이유’란 제목의 콘텐츠를 올려 “한국은 막대한 투자에도 톱다운, 단기 성과, 권위주의 등 장애 요인이 내재해 있다”며 “이런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노벨 과학자 수상자 배출은 요원하다”고 했다.

의사 과학자로 지난 12년간 연구 계획서를 쓰며 느낀 경험이라고 밝힌 그는 “노벨상이 목적이 될 수 없다”면서도 “노벨 과학상이 안 나오는 건 R&D 현실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투자는 최고지만 성과는 낮다”고 했다.

정 박사는 국내 R&D 투자가 연 20조원 이상으로 규모가 세계 상위권이지만, 성과 지표는 최하위권이라고 짚었다.

이런 이유로 정 박사는 우선 한국의 R&D 환경이 단타 연구에만 몰두하고 장기 연구가 불가능한 구조인 점을 꼽았다. 한국 연구가 응용 기술 투자 위주로 3~5년 단타로 이뤄지고 있다며 “연구 과제에서 미흡(C)을 받으면 다시는 국책 과제를 못 하다 보니 100% 성공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 30년 연구를 깊게 파야 노벨상을 받는다”며 한 기사를 인용한 뒤 “실패를 감싸는 제도가 과학의 토대”라며 “한국도 장기적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정 박사가 국내 연구개발(R&D)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유튜브

단기 성과를 내기 위해 연구 성과 평가도 해외에 외주를 줘 국내 학술지 질도 저하한다고 짚었다. 정 박사는 “임팩트 팩터(IF·피인용 지수)가 높은 해외 ‘네이처’ 이런 학술지는 게재료가 5000~7000달러(약 730만~1000만원)로 외화를 낸다”며 “이 논문이 해외에 실리면 소프트 파워를 잃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해외 에디터들이 당장 관심 있는 주제로만 연구가 이뤄진다”며 이 과정에서 국내 학술지에 투고가 없어 학술지 질은 떨어지고, 해외로 논문 게재료도 유출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했다.

정 박사는 현재 R&D 문제는 과거 담합 등으로 연구비를 나눠 먹던 고질적 관행을 극복하지 못해 일어나는 일들이라며 아직도 권력이 있는 연구자가 대형 과제를 수주하는 ‘연구비 헌터’ 현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윗분들이 떡을 크게 자르고, 네트워킹 잘하면 큰 떡이 떨어지고, 추진 역량을 돈으로 살 수 있고, 그럼 해 본 일이 많으니 또 돈을 딴다”며 “훌륭한 연구자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형 과제 위주로 하니 초기 투자를 안 해서 독립 연구자는 연구비를 못 딴다”며 “실력이 좋아도 과제를 못 따서 계속 못 딴다. 저 같은 비전임 연구자가 연구할 수 있는 과제가 10년간 현격히 줄었다”고 했다.

정 박사는 “한국에서는 새로운 걸 하면 안 되고 제일 쉬운 건 해외에서 뜨는 걸 카피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걸 제시하면 ‘그런 게 어디 있느냐’고 이야기하니 얼추 뜨는 걸 모사해서 치고 빠지기 수법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한국의 신진 연구 지원도 초기 투자가 잘되지 않고 그때 유망한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며 “연배가 많은 교수가 갓 전임된 연구자 명의를 빌려 신진 연구를 쓰고, 신진조차도 유망 분야에서 네이처나 사이언스급 논문을 낸 연구자들이 주로 선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