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의 전통시장에 1t 트럭이 돌진해 장 보던 손님 2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트럭을 몬 60대 남성은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차가 멈춰 서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보안 카메라 영상을 확보해 운전자가 페달을 잘못 밟았을 가능성 등을 수사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사고는 13일 오전 10시 57분쯤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제일시장에서 발생했다. 시장 입구 쪽에 있는 생선 가게 앞에서 후진하던 파란색 1t 트럭이 갑자기 굉음을 내며 좁은 시장 골목을 질주했다. 트럭은 150m를 달린 뒤 철제 기둥을 들이받고 멈춰 섰다.
트럭에 치인 60대와 70대 여성 손님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손님, 상인 등 19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소방 당국은 “사상자 대부분이 60대 이상 고령자”라고 했다.
사고를 낸 트럭 운전자 A(66)씨는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이 시장에서 약 15년간 생선 가게를 운영했다고 한다. A씨는 차 문에 몸이 끼었으나 크게 다치지 않았다고 소방 당국은 전했다. 구조된 직후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차량 이상으로 급발진했다는 것이다. 경찰에서는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어 약을 먹고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야모야병은 뇌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는 희소 질환이다.
경찰은 보안 카메라 영상을 확보해 사고 당시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트럭의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운전자가 페달을 오조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길 표면에 생기는 ‘스키드 마크’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A씨에게서 알코올이나 약물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급발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도로교통공단에 사고 기록 장치(EDR) 분석을 의뢰할 계획이다. 사고 기록 장치는 차량의 속도, 브레이크·가속 페달 작동 여부 등을 기록하는 일종의 블랙박스다. 차량 내부에 탑재돼 있다.
사고 직후 찾은 현장은 처참한 모습이었다. 냉장고, 자전거, 가판대 등이 뒤엉켜 난장판이 됐다. 깨진 유리, 오이, 잠옷, 양말 등도 널브러져 있었다. 철제 튀김기도 엿가락처럼 휘었다. A씨가 몬 트럭은 앞부분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손됐다. 핸들도 찌그러졌다.
상인들은 “물건을 팔기 위해 조금만 더 앞으로 나갔어도 죽었다” “사고 상황이 자꾸 생각나 온몸이 떨린다”고 했다. 일부 상인들은 두통을 호소하고 있다.
목격자들은 “트럭이 로켓처럼 빠르게 돌진했다” “판매대와 사람을 밀고 달렸다”고 했다. 상인 진모(43)씨는 “쾅 하고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나 시장 건물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 생선 가게 근처에 있던 목격자는 “A씨가 트럭에서 꽃게와 새우를 내린 뒤 차를 빼려고 후진을 했는데 트럭이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갔다”고 했다.
이번 사고는 특히 사상자가 많았다. 상인들은 “김장철을 앞두고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골목이 차량 한 대 지나갈 정도로 좁아 사람들이 피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이 시장은 폭 3m, 길이 480m 골목을 사이에 두고 가게 170여 개가 줄지어 있다. 사고 당시 영상에는 골목에 있던 사람들이 다급하게 가게 안으로 대피하는 모습이 담겼다. 횟집을 운영하는 박모(56)씨는 “골목에 있던 손님이 가게 안으로 몸을 던져 냉장고에 머리를 부딪혔다”며 “나가 보니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 10여 명이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최근 차량 돌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작년 7월 서울 중구 시청역 근처에서 60대 운전자가 몬 승용차가 돌진해 9명이 숨졌다. 그해 12월 서울 양천구 깨비시장에서도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돌진해 1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올 5월에는 서울 강동구에서도 승용차가 시장을 덮쳐 11명이 다쳤다. 차량 돌진 사고를 낸 운전자 대부분이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