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경북 경주박물관 내 천년미소관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2025년 APEC 정상회의 성과보고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천년미소관은 APEC 기간 한미·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곳이다./경북도

5일 오전 10시 30분 경북 경주시 인왕동 국립경주박물관은 관광객 1000여 명으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전시 중인 신라 금관을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였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신라 금관을 선물하면서 경주박물관에서 열리는 신라 금관 전시도 함께 유명해져 관람객들이 몰려든 것이다.

신라 금관이 전시된 경주박물관 출입문부터 바깥까지는 관람객들의 대기 줄이 10m가량 늘어서 있었다. 경주박물관 관계자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150명씩 2550명만 받고 있다”며 “낮 12시쯤이면 모든 회차가 매진돼 오전에 대기표를 받지 않으면 금관 구경도 못 할 수준”이라고 했다.

5일 오전 10시 30분쯤 경북 경주시 인왕동의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신라 금관 전시를 보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이승규 기자

◇ 3만명 방문, 7조4000억원 경제 효과

이날 경주박물관에서 약 100m 떨어진 천년미소관에선 경북도가 주최한 ‘2025년 APEC 정상회의 성과 보고회’가 열렸다. 천년미소관은 APEC 정상회의를 위해 경북도가 만든 건물로, APEC 기간 중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이 모두 이곳에서 열렸다. 경북도가 APEC을 통한 성과와 행사 운영에 기여한 도민들에게 감사를 전하고자 보고회를 연 것이다.

경북도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열린 APEC 정상회의를 통해 7조4000억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했고, 각국 정상들을 비롯해 APEC 관계자, 관광객 등 3만여 명이 방문한 것으로 추산했다. 3박 4일간 열린 CEO 서밋(기업인 회의)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맷 가먼 아마존 웹서비스(AWS) CEO 등 1700명이 참석해 역대 APEC 기업인 회의 중 최대 규모로 꾸려졌다. AWS와 프랑스 자동차 회사 르노 등 글로벌 기업 7곳이 5년간 한국에 90억달러(약 12조8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캐럴라인 레빗(왼쪽) 백악관 대변인과 마고 마틴 커뮤니케이션 담당 특별보좌관이 29일 저녁 경주 황리단길에서 목격됐다. /유튜브 채널 '일롱 머스크' 영상 캡처

◇ 레빗의 황리단길, 시진핑의 황남빵... 경주 곳곳이 ‘핫플’

행사 기간 경주 시내 곳곳의 명소와 관광 상품들도 인기를 끌었다. 캐럴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황리단길의 올리브영 경주황남점을 들러 마스크팩과 선크림 등을 산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기념사진을 올리면서 매장에 해당 제품들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문의가 늘었다고 한다. 레빗 대변인과 마고 마틴 커뮤니케이션 특별담당보좌관이 들른 디저트 가게 ‘프로즌 브라이드’에선 이들이 먹었던 초코·바닐라·경주딸기맛 3종 아이스크림을 찾는 관광객들이 줄을 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의 관광 상품인 황남빵을 사 간 이후로 황남빵 매장은 대기 시간이 3시간 이상 걸리는 등 관광객들이 줄을 이었다.

경주시민을 비롯해 경북 지역 외국인 유학생 등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이어졌다. 경주시민들은 행사 기간 자발적으로 차량 2부제에 동참하고 집 앞 마당과 주요 번화가 및 관광 명소 인근 도로 등을 청소했다. 상인들은 관광객들이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고 자원봉사자들은 첨성대와 대릉원 인근에서 통·번역과 관광지 안내 등 서비스를 제공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25만 경주시민과 봉사자들이 하나가 되어 전 세계에 한국의 멋과 모범을 보였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경북 경주 일대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경주 황리단길에 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장련성 기자

◇ 경북도, “APEC 이후 준비할 것”

향후 경북도는 APEC 정상회의 당시 활용된 건물과 관광지 등을 재정비해 세계적 관광 상품으로 만들 계획이다. 정상회의장이었던 화백컨벤션센터와 4000여 명의 국내외 기자가 머문 국제미디어센터는 하나로 연결해 1만6000㎡(4840평) 크기의 통합 컨벤션 공간으로 조성해 마이스(MICE, 회의·포상 관광·컨벤션·전시) 관련 국제 행사 공간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한미·한중 정상회담이 개최된 경주박물관 내 천년미소관도 철거하지 않고 보존한다. 신라 금관이 전시된 경주박물관과 함께 각국 정상회담이 열린 장소로서 역사적 의미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박장호 APEC 준비지원단 의전홍보과장은 “천년미소관은 서까래와 석조 계단 등 한옥 형태로 설계된 데다 이제는 역사적 상징까지 더해졌다”며 “국내외에서 경주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에게 경주박물관의 유산과 천년미소관의 역사가 한류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7일 경주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역사관에서 열린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 미디어데이에서 참석자들이 신라시대 황남대총 금관을 둘러보고 있다. 이 특별전은 신라 금관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지 104년 만에 6점의 금관이 한자리에 모여 전시되는 사상 최초의 자리다./뉴스1

경북도는 향후 경제·문화·평화 등 3개 주제로 10개 분야의 ‘포스트 APEC’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경제 분야에선 경주 CEO 서밋 개최, APEC 퓨처스퀘어 건립 등을, 문화 분야에선 ‘세계 경주포럼’을 비롯한 문화 분야의 국제 행사를 열고, 보문단지 재정비를, 평화 분야에선 APEC 글로벌 인구협력위원회 창설, 신라통일평화정원 등을 조성할 방침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60만 경북도민이 APEC 참가국의 30억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었다”며 “포스트 경주 APEC 사업을 통해 경주를 세계 도시로 키워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