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시 남이섬 모습. /남이섬교육문화그룹

주한인도대사관은 지난달 18일부터 이틀 간 ‘사랑-인도문화축제’ 일환으로 남이섬 곳곳을 인도 전통 조명과 문양으로 꾸몄다. 현장은 마치 다채로운 색감으로 유명한 인도 디왈리 축제(빛의 축제·매년 가을마다 열리는 힌두교 최대 축제)를 방불케 했다.

섬 입구와 선착장에는 인도 국기가 펄럭였고, 길게 늘어선 등불과 화려한 램프 장식이 가을 밤을 ‘인도의 색’으로 물들였다. 방문객들은 헤나 아트, 만다라 색칠, 힌디어 이름 쓰기, 인도 의상 입기 등 현지 체험 부스 앞에서 긴 줄을 서며 한국 속 ‘작은 인도’를 만끽했다. 인도를 주제로 한 각종 미션을 수행하며 남이섬을 탐험하는 야외 방탈출 게임 ‘사라진 수행자들’도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달 남이섬에서 열린 ‘사랑-인도문화축제’ 모습. 이동하는 배에 인도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남이섬교육문화그룹

연간 300만명이 방문하는 강원 춘천시 남이섬이 우리나라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大使)들의 인기 행사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2002년 방영한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로 아시아권 관광객들을 먼저 사로잡았던 남이섬이, 이제는 전 세계 대사관들이 앞다퉈 여러 문화·식품 행사를 여는 중심지로 자리 잡은 것이다. 서울에서 차로 약 한 시간 반 거리에 있고, 배까지 타고 들어가야 하는 이곳이 어떻게 ‘외교 핫플레이스’가 됐을까.

◇인도의 남다른 남이섬 사랑

지난달 남이섬에서 열린 ‘사랑-인도문화축제’ 모습. /남이섬교육문화그룹

가장 돋보이는 남이섬 ‘고객’은 단연 인도대사관이다. 인도대사관은 2015년부터 꾸준히 이곳을 찾아 사랑-인도문화축제를 열고 있다. 이 축제는 인도의 다양한 전통춤, 음악, 영화, 예술, 요리 등을 선보이는 행사로, 양국 간 유대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는 인도 케랄라주(州)에서 유래된 8대 주요 전통춤 중 하나로, 화려한 분장과 의상을 활용해 신화적 이야기를 역동적으로 풀어내는 카타칼리(Kathakali) 공연을 펼쳤다. 지난해엔 안드라프라데시주의 쿠치푸디(Kuchipudi), 2023년에는 타밀나두 지역의 바라타나티얌(Bharatanatyam) 공연이 관객을 매료시켰다.

지난달 남이섬에서 열린 ‘사랑-인도문화축제’에서 카타칼리 공연이 펼쳐지는 모습. /주한인도대사관 X

이외에도 6·25전쟁 당시 인도의 의료지원단 활약상을 조명한 사진전과 인도·한국 예술가 공동작품 전시 및 양국 어린이 미술 교류전도 함께 열려 역사·문화적 의미를 더했다. 이번 행사 기간 동안 남이섬에는 하루 평균 1만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고랑랄 다스 주한인도대사는 “인도의 다채로운 문화를 매년 이 축제를 통해 한국에 소개할 수 있어 매우 의미 있게 생각한다”며 “10년 넘게 이어진 남이섬과의 파트너십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남이섬에서 열린 ‘사랑-인도문화축제’에서 인도 무용수들이 공연을 펼치는 모습. /남이섬교육문화그룹

◇페루·UAE·덴마크...최초 ‘할랄 한우’ 시식회도 열려

이에 앞서 주한페루대사관은 지난 9월 20일부터 28일까지 남이섬에서 사상 처음으로 ‘페루 주간(Peru Week)’을 진행했다. 이 기간 동안 페루의 아마존 열대우림을 소개하는 전시와 음악·춤 공연을 비롯해 다양한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이 열렸다. 마추픽추·알파카 등 비교적 친숙한 페루 상징물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지난 9월 남이섬에서 열린 ‘페루 주간’ 행사 모습. /주한페루대사관

한국 연주팀도 무대에 올라 양국 문화를 잇는 라틴음악 공연을 열며 축제 분위기를 자아낸 가운데, 행사의 대미는 페루 음악가 앙헬 푸마의 라이브 전통 공연이었다. 파울 두클로스 주한페루대사는 환영사에서 “뜻깊은 장소에서 한국과 세계의 방문객들에게 페루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남이섬의 자연과 예술, 문화가 어우러진 환경이 페루의 활기찬 예술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고 했다.

지난 9월 남이섬에서 열린 ‘페루 주간’ 행사 모습. /주한페루대사관

아시아 및 중남미권 국가 외에 중동 나라 대사관들도 남이섬을 즐겨 찾는다. 지난해 주한아랍에미리트(UAE)대사관 주도로 ‘UAE 문화유산의 날’ 행사가 이곳에서 열렸다. 당시 행사에선 UAE 대표 전통 무용인 ‘알 아이알라(Al Ayyala)’와 ‘샤르자 국립밴드’ 공연을 통해 아랍 문화를 한국 관객에게 소개했다.

심지어 남이섬에서는 이슬람권 국가 외교관들을 초청한 ‘할랄 한우 시식회’도 열린 적이 있다. 2019년 4월 동남아·중동·아프리카 국가 13개국 외교관들이 참여한 이 행사는 한국산 한우를 이슬람 율법에 맞게 도축해 선보인 국내 최초의 ‘할랄 한우’ 시식 행사였다. 이는 남이섬이 단순 문화 교류의 장을 넘어 종교적 다양성 등 각국의 개성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 국가 외에 유럽권 체코,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등의 나라도 남이섬에서 자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난 2019년 4월 강원 춘천시 남이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국내 최초 할랄 한우 시식회에서 주한 이슬람권 외교관과 가족들이 숯불에 구운 한우를 맛보고 있다. /연합뉴스

또 남이섬은 2년 마다 책을 중심으로 전시, 공연 등을 선보이는 ‘남이섬 세계책나라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2005년 시작해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한 이 축제는 지난 9회부터 ‘주빈국(主賓國)’ 개념을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 주빈국은 인도였으며 2023년 핀란드, 2021년 포르투갈, 2019년 덴마크를 각각 주빈국으로 삼았다.

◇비결은 관계의 가치에 대한 ‘진정성’

남이섬이 이처럼 각국 대사관의 ‘매력 발산’ 장소로 선택받는 이유는 호텔, 식당, 실내 행사장, 야외무대, 만찬장을 비롯한 풍부한 관광 인프라를 넘어선 ‘포용적 공간’으로서의 특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강원 춘천시 남이섬 모습. /남이섬교육문화그룹

남이섬 관계자는 “대부분 관광지는 영어·중국어·일본어 리플릿만 제공하지만, 우리는 스페인어·인도네시아어·태국어 등 10개 국어로 제작해 방문객이 ‘환대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려 한다”며 “‘남이섬 세계책나라축제’ 때 주빈국뿐만 아니라 ‘손님’으로 오는 다른 대사관 분들도 여럿 초청하는데 이들이 자연스럽게 남이섬을 자국을 알릴 수 있는 플랫폼으로 여기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님으로 와 ‘단골’이 되고, ‘입소문’을 타고 남이섬의 매력이 전파된다는 것이다.

각국 대사관들과 함께 여러 행사를 주관한 남이섬교육문화그룹 관계자는 “남이섬은 여러 대사관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그 우정을 남이섬 곳곳에 남겨오고 있다”고 했다. 이어 “리스본 스테이지(포르투갈), 조드푸르가든(인도), UAE가든(UAE)을 비롯해 덴마크 대사가 선물한 생명나무 ‘위그드라실’ 글씨 등이 남이섬에 자리하고 있다”면서 “단순한 성과나 숫자가 아닌 관계의 가치에 대한 진정성이야말로, 각국 대사관들이 남이섬과의 협업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성의와 진심은 통하는 법이다.

강원 춘천시 남이섬 모습. /남이섬교육문화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