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북 경주 하동민속공예촌의 한 공방에서 금속 공예 장인 김진배씨가 금관을 제작하고 있다. 김씨는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한 신라 금관을 만들었다./김진배씨 제공

“제가 만든 금관(金冠)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됐다고 하니 큰 영광입니다. 한미 관세 협상도 타결되고 더 기분이 좋네요.”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한 신라 금관 모형을 만든 장인(匠人) 김진배(63)씨는 29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경북 경주민속공예촌에서 공방인 삼선방을 운영하는 금속공예 장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김씨가 만든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김씨는 “이달 초 외교부에서 연락이 와 20일에 걸쳐 금관을 만들었다”고 했다.

“처음엔 그냥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VIP에게 줄 선물인 줄 알았어요.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 선물인 줄 알고 놀라서 넘어질 뻔했어요. 가문의 영광입니다.”

그는 국내 최고 금속 유물 전문가 중 한 명이다. 40여 년간 신라 금관과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무령왕 금제관식 등을 제작했다고 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한 금관은 동(銅)에 금을 도금해 만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 사이즈와 상관없이 신라 천마총의 금관을 그대로 재현해 만들었다”고 했다. 시가(市價)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으니 그는 “아들과 함께 한 조각 한 조각 정성 들여 만들었다”며 “값을 매길 수 없는 또 하나의 유물”이라고 했다. 그의 아들 김준연(34)씨는 대(代)를 이어 금속 공예 장인의 길을 걷고 있다.

금관을 만드는 건 힘든 일이라고 했다. 실제 금관을 관찰해 크기를 잰 뒤 그림을 그리고 본을 뜬다. 거기에 문양을 그리고 장식을 붙인다. 모든 작업은 손으로 한다. 김씨는 금속공예 명장인 아버지 고(故) 김인태씨에게 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천마총 금관은 신라 금관 가운데 가장 크고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높이 32.5㎝, 지름 20㎝다.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천마총 금관이 신라 22대 지증왕의 금관이라고 추정한다. 지증왕 때 신라는 국가로서 체계를 갖췄다. 신라(新羅)라는 이름도 지증왕 때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악습인 순장(殉葬)을 없애고 소를 이용해 밭을 가는 기술을 도입했다. 우산국(독도) 등을 정벌해 영토를 확장하기도 했다.

지증왕은 체격이 큰 왕으로도 알려져 있다. 천마총 금관은 1978년 국보 188호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