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은 최근 전국 최초로 서술∙논술형 문제를 인공지능(AI)으로 채점하는 시스템을 시범도입했다. 이를 두고 교육 현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교사의 업무 부담을 덜고 객관적인 평가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이지만, “AI의 채점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경기도교육청은 AI 학습 플랫폼 ‘하이러닝’을 이번 학기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 시범 도입 대상은 초등학교 3~6학년,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이다. 과목은 국어∙사회∙과학에 한정된다. 해당 교과 수행평가와 중간∙기말고사에 출제되는 서술∙논술형 문제를 AI가 채점하는 방식이다.
담당 교사는 채점에 앞서 하이러닝에 평가기준을 기입한다. 하이러닝에는 학생의 손글씨를 인식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학생의 답안지를 교사가 촬영해 올리면 AI가 그 채점 기준에 맞춰 자동으로 평가한다. AI가 1차로 점수를 산출하면 담당 교사가 2차로 확인하고 점수를 확정한다. 학생 20~30명의 답안지를 채점하는 데 소요시간이 2시간에서 단 5분으로 단축된다고 한다. 이를 두고 교사들 사이에선 “행정 업무가 대폭 줄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학생의 사고능력과 논리에 대한 평가를 AI에 맡기기엔 섣부르다”는 반응이다. 오류가 많은 AI 시스템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1 자녀를 둔 김모(59∙경기 성남시)씨는 “내신에 중요하게 반영되는 평가를 오류가 많은 AI에게 맡기는 건 그 자체로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고2 학부모 최모(56∙경기 고양시)씨는 “글 쓸 때 챗GPT 쓰지 말라고 해놓고 정작 채점을 AI로 하는 것은 모순 아니냐”며 “교사가 2차로 확인한다는데 그 과정이 철저하게 이뤄질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반면 고1 자녀를 둔 한지영(62∙경기 고양시)씨는 “아무래도 사람보다는 AI가 더 정확하고 객관적인 채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대 변화에 따라 교육 현장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의 창의성을 저해하고 정형화된 학습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AI가 자칫 독창적인 답변을 오답으로 인식해 감점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경기 고양시에서 입시 논술을 가르치는 A씨는 “논술 시험에서 논리만큼 중요한 게 독창성”이라며 “획일적인 AI 채점이 과연 학생의 개성과 창의성을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편 AI 평가 시스템이 도입되자 입시 학원가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서 논술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 B(44)씨는 “AI가 좋아할 만한 표현이나 논리 전개방식을 내부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손글씨도 더욱 정갈하게 쓸 것을 지도할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