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이자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은 부녀가 유죄 판결 14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의영)는 28일 살인 및 존속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아버지 A(75)씨와 딸 B(41)씨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 거부권을 고지받지 않거나 포승줄로 결박된 상태에서 확보된 피고인들의 자백 진술은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에서 아내 C(당시 59)씨와 아내의 지인 등 4명에게 청산가리를 탄 막걸리를 마시게 해 이 중 C씨를 포함한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2009년 9월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부녀가 C씨와 갈등을 빚어 벌인 범행”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었다. 검찰은 부녀로부터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자백을 토대로 이들을 기소했다.
A씨 부녀는 1심 재판부터 검찰이 범행 증거로 제시한 자백 진술과 혐의를 부인했다. 1심 법원은 2010년 숨진 아내가 부녀 간 부적절한 관계를 알지 못했을 가능성, 범행에 사용한 청산가리와 막걸리의 구입 경위가 명확하지 않은 점, 부녀의 자백에 신빙성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2011년 11월 “자백 진술에 대한 합리성이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A씨에게 무기징역, B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012년 3월 15일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A씨 부녀는 “범행 자백 진술이 검찰의 강압 수사에 의해 이뤄졌다”며 2022년 재심을 청구해 작년부터 재심 재판이 열렸다. 이들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재심 재판 과정에서 “문맹, 경계성 지능 장애 등이 있는 부녀에게 검사·수사관이 절차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허위 자백을 끌어냈고, 유리한 무죄 증거를 감췄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검찰이 범행동기로 제시한 부녀의 부적절한 관계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의영 재판장은 “피고인들 사이에 성관계가 있었음을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와 정황이 없고, 피고인들이 성관계를 하였다는 진술 내용은 객관적인 합리성이 없고 일관되지 않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