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연체, 미래 불안. 현실이 너무 무거워 해외까지 눈 돌리는 심정 잘 압니다.”
최근 커뮤니티와 텔레그램에 떠도는 ‘캄보디아 채용 공고’의 한 대목이다. 채무·실직에 따른 불안을 겨냥했지만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 연락처도 텔레그램 아이디뿐이다. 그러나 ‘성과형 보너스’ ‘사생활 간섭 없음’ ‘항공권·비자 전액’ 같은 광고를 내걸고 한국 MZ세대를 유인한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양질 일자리 부족, 비정규직 고착, 허술한 안전망이 결합해 청년층이 ‘단기 고소득’ 유혹에 취약해졌다”며 “불황기 빚·연체자를 특정 문구로 겨냥하는 공고가 늘어난 건 사회 구조적 위기와 범죄 시장의 접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온라인에 떠도는 구인 광고와 달리, 지난 6월 발표한 국제 앰네스티 보고서와 최근 캄보디아를 찾았다가 납치된 청년들 이야기를 접하면 현지 실상은 ‘감옥’에 가깝다. 중국인 총책이 지휘하고 한국인·조선족 조직원이 유인책을 맡아 “고수익”을 미끼로 청년들을 현지로 불러들인다. 입국 즉시 여권·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합숙소에 격리한 뒤 하루 12~14시간 ‘로맨스 스캠’, 콜센터형 사기에 동원한다. 업무 시간엔 모니터 촬영 CCTV로 감시하고 대화 금지에 외출은 팀장급 관리자 인솔 아래 단체 외출만 허용했다. 현지인 경비가 건물 입구(5~6명)와 각 층(2~4명)에서 총을 들고 경계를 서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었다고 한다. 사무실에 들어갈 때도 출입증 카드를 들고 ‘셀카’를 찍어 중국인 관리자에게 인증받아야만 문을 열어줬다.
최근 한국 법원 판결문 등에 따르면 중국 범죄 조직은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사람들에겐 ‘탈퇴 명목’으로 1만달러(약 1430만원)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폭행과 고문을 자행한다. 국제 앰네스티는 “성과 미달 시 집단 폭행, 전기충격이 뒤따르고, 가족에게 ‘몸값’을 청구하거나, 갚지 못하면 재판매(인신매매)하는 사례가 확인된다”고 했다.
이른바 ‘다크 룸’(창문 없는 고문실)으로 끌려가 전기충격봉으로 고문당하거나 집단 구타를 당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한 10대 생존자는 “조직원들이 ‘마지막 식사’라며 협박하고, 팔다리를 부러뜨려 경찰에 넘기겠다고 했다”고 했다. 다른 피해자는 “타자를 못 한다는 이유로 몇 시간 동안이나 폭행당하고,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전기 고문을 당했다”고 했다. 엠네스티는 감금 시설 최소 53곳에서 비슷한 도구·방식을 썼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한국 경찰은 캄보디아에서 고문을 받고 살해당한 대학생 A(22)씨 통장에서 수천만 원이 인출된 정황을 확인했다. 경찰은 A씨 통장의 돈을 국내 대포통장 범죄 조직이 인출한 것으로 보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법무부는 A씨 현지 부검에 검사와 수사관을 파견하기로 했다. 경찰도 공동 부검을 위해 경찰청 과학수사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를 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