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폭염이 이어지던 작년 9월 충남 홍성군의 한 농가에서 돼지가 무더기로 폐사했다. A 농장은 ‘폭염으로 인한 자연재해’라며 보험사에 재해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런데 이 농장이 신고한 폐사율이 약 70%(3180마리 중 2212마리 폐사)였다. 10% 수준인 인근 농가 평균 폐사율의 7배였다. 이 폐사 수가 인정됐다면 농가가 받을 보험금은 약 3억6000만원이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보험사는 조사에 들어갔다.
보험 조사관들이 불시에 농장을 찾았다. 일부 돼지 사체에 붉은 래커로 ‘95’ 등의 숫자가 칠해져 있었다. 보험 중복 청구를 막기 위해 보험사가 이미 보험금을 산정한 사체에 순서대로 번호를 매겨 놓은 것이었다. 그런데 농장을 더 둘러보니 상당수 사체가 지나치게 깨끗했다. 폐사한 동물은 온몸에 흙이나 오물이 묻어 있기 마련인데 그런 흔적이 없었다. 조사관들은 농장 구석에서 수세미와 시너 등 세척 도구들을 발견했다. 이 도구로 농가 주인이 붉은 래커 표식을 지운 흔적도 발견했다.
보험사는 이 농장이 이미 보험금이 청구된 폐사체를 재활용하는 수법으로 보험금을 과다 청구한 것으로 의심해 충남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농장주가 옆 농가에서 돼지 사체를 빌려와 ‘폭염 피해’로 위장 청구하거나, 청구가 완료된 사체를 세척해 다시 보험사에 보상을 청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농장 주인은 작년 10월 보험 조사관에게 “사건을 좀 봐달라”며 5000만원 현금 다발도 건넸다고 한다. 조사관은 이를 곧바로 보험사에 보고했고, 돈다발은 경찰을 통해 농장주에게 반환됐다. 이 과정에서 농장주가 사건을 무마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 배임증재 미수 혐의가 추가됐다. 경찰은 지난 7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과 배임증재 미수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해마다 폭염이 반복되면서 보험사엔 가축 폐사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농가가 폭염이 닥치기 전에 폐사한 가축까지 ‘폭염 피해’로 둔갑해 보상을 신청하는 사례가 적잖다고 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닭·염소 같은 소형 가축 폐사체는 주로 냉동 보관하다가 뒤늦게 신고하는 사례가 적잖은 것으로 의심된다”며 “돼지처럼 부피가 크고 부패가 빠른 동물은 보험금을 이미 타갔다는 래커 표식을 지우는 방식으로 조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