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18일 차에 접어든 고(故) 오요안나 MBC 전 기상캐스터의 어머니가 25일 정부와 여당에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고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장연미씨는 이날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시민단체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오래 서 있기도 힘들고 몸 상태가 좋지 않다. 그러나 견디겠다. 이겨내겠다”며 “우리 요안나의 명예를 찾고, 요안나 친구들의 정규직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안나가 그렇게 많은 자료를 놔두고 간 것은 MBC가 뭔가 변화하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고 했다.
◆ 오요안나 측 “비정규직 프리랜서 정규직 전환해 달라”
장씨는 “MBC는 지난 24일 2차 교섭에서 유족 측이 기상캐스터 정규직 전환 요구를 철회하지 않으면 사과나 보상 등 어떠한 요구에 대해서도 협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며 “엘리트만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MBC인가. 그럼 비정규직에게 낮은 임금 주면서 일 시키지 말고 본인들이 다 하시라. 양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장씨는 “MBC는 교섭에서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는 근로자성이 희박하고, 직장 내 괴롭힘과 고인의 죽음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현재 기상캐스터 4명에 대해서도 정규직 전환을 할 수 없으며, 유족 보상이 아닌 소정의 위로금 정도 지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며 “그 돈 너나 가지라. 돈을 많이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렇게 유치한 의도로 주는 돈, 억지로 주는 돈은 안 받겠다”고 했다.
장씨는 “유족을 능멸하고, 고인과 동료를 모욕하는 MBC가 정말 정의로운 방송이냐”며 “MBC는 오요안나의 근로자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하지만 오요안나는 MBC의 지휘명령에 따라 일했고, MBC의 지시에 따라 동료의 빈자리를 채웠고, MBC의 관리감독를 받으며 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곳이 지역구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님. 오요안나의 분향소에 방문해 유족을 만나 주시라”며 “MBC가 비정규직 프리랜서 노동자들을 착취하지 않고 정당하게 대우하도록 만들어 달라. 이재명 정부 공약대로 상시 지속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MBC “지난 5월 공식 사과… 정직원 특별 채용은 취준생 기회박탈“
이와 관련 MBC 관계자는 “MBC는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5월 19일 <뉴스데스크> 사고(社告)를 통해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며 “이어 7월 30일 안형준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이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하고 위로를 전했으며, 고인의 1주기에도 유가족을 만나 위로했다”고 했다.
MBC 관계자는 “위 단체들은 고인의 근로자성 인정을 사실상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성’은 MBC가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공식적인 조사를 통해 결정된다”며 “올해 본사에 대한 특별 근로 감독을 실시한 고용노동부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고인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발표했다”고 했다.
이어 “유가족은 당초, 현재 재직 중인 기상캐스터 4인을 MBC가 직접 고용해(일반직, 전문직, 계약직 등 고용 형태 무관) 안정된 수입을 보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유족에게 협상을 위임받은 <직장갑질119> 측은 기상캐스터 전원을 일반직 정직원으로 고용하라고 요구 사항을 변경했다”며 “이들을 일반직 정직원으로 우선 특별 채용하는 것은 고용 공정성에 어긋나며, 방송사 취업에 도전하는 수많은 사회 초년생, 취업 준비생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했다.
MBC 관계자는 “MBC는 초기부터 이 같은 원칙을 유지해 왔으며,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면 소송 등 법적 절차를 통해서라도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며 “그러나 위 단체는 다른 제도적 절차를 거부하고, MBC에 근로자성 인정과 일반직 전원 채용만을 반복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협상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9월 숨진 오요안나(당시 28세)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까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요안나씨의 어머니 장연미씨는 지난 8일부터 서울 상암동 MBC 건물 앞에서 사건 해결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오요안나씨 유족 측은 ‘MBC 사장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발표’ ‘오요안나 명예사원증 수여 및 사내 추모 공간 마련’ ‘기상캐스터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