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는 ‘민생 회복 소비 쿠폰’ 2차 지급을 앞두고 최근 머리를 싸맸다. 노원구가 구민들에게 소비 쿠폰을 지급하기 위해 마련해야 할 돈은 약 129억원. 그러나 노원구는 서울 25자치구 가운데 재정 자립도가 최하위권으로, 예비비마저 7억원으로 거의 동난 상태다. 결국 고심 끝에 부동산 매매 대금을 끌어다 쓰기로 했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구유지를 팔아 남긴 148억원 가운데 49억원을 떼오고, 상계2구역 주택 재개발 사업에서 얻은 수입을 보태 소비 쿠폰 예산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노원구 관계자는 “급하니까 일단 끌어오긴 했는데, 땅 판 돈을 이렇게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소비 쿠폰 2차 지급을 앞두고 서울 자치구들이 재원 조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끌어 쓸 돈이 없는 자치구가 대부분인데, 당장 22일부터 구민들에게 2차 소비 쿠폰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이에 25구 가운데 23구가 최근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구의회 심의 절차를 밟았다. 자치구들은 “서울이라고 해서 곳간 사정이 넉넉한 게 아닌데, 당장 예산을 마련하려니 갑갑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소비 쿠폰 사업비의 10%를 부담하지만, 재정 자립도가 높은 서울은 25%를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서울시 자치구가 마련해야 할 돈은 총 22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올해 재정 자립도가 15.7%에 불과한 은평구는 소비 쿠폰 예산 111억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각 부서 인건비를 조금씩 떼어내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은평구 관계자는 “야간·주말 근무 수당이 추가로 나갈 것에 대비해 인건비를 살짝 여유 있게 책정해두는데, 일단 이것부터 줄여볼까 한다”며 “구청에서 추진하는 사업비도 다 조금씩 줄여서 마른 수건을 짜내는 중”이라고 했다.
전체 자치구의 56%인 14구는 ‘통합 재정 안정화 기금’을 헐어다 쓰기로 했다. 이 기금은 원래 재난 대응 등에 쓰기 위해 수년간 적립해두는 일종의 ‘비상금’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일단 돈을 무조건 대야 하니까 쉽게 뽑아 쓸 수 있는 기금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9일 서울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집권 초 선심성 정책을 위해 재난 관리 기금을 우회 통로로 쓰는 게 맞느냐”고 했다. 서울시도 소비 쿠폰 사업비 3500억원을 충당하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한다.
상대적으로 예산이 넉넉한 자치구도 있다. 송파구와 용산구는 63억원, 48억원을 각각 예비비로 충당했다. 재정 자립도가 54.8%로 최상위권인 강남구는 올해 더 걷힌 재산세로 140억원을 확보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