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전남 나주의 한 벽돌 생산 공장에서 스리랑카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를 화물에 결박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리는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한국인 노동자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었겠습니까? 지게차 학대 사건은 같은 노동자들이 이주 노동자를 괴롭힌 사건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17년째 외국인 노동자 지원 단체 ‘지구인의 정류장’을 이끌고 있는 김이찬(59) 대표는 ‘지게차 학대’ 사건과 관련, “약자들이 동료 약자의 편에 서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전남 나주의 한 벽돌 제조 업체에서 스리랑카 노동자 A(31)씨를 한국인 노동자들이 지게차에 매달아 놓고 조롱한 사건이 지난 7월 뒤늦게 알려지면서 외국인 노동자 인권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명백한 인권 유린”이라며 외국인 노동자 부당 대우에 대한 실태 조사를 지시해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2일엔 우원식 국회의장이 중증 화상 산업 재해로 두 팔을 잃은 몽골 출신 이주노동자를 만나 “개인 한 사람의 불행이 아닌, 이주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구조적 문제”라며 국회 차원에서 산재 피해 보상 범위 확대와 안정적인 체류 방안 등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특히 A씨가 사건 이후 강제 출국 위기에 처하면서 외국인 노동자 비자 문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 대표는 “고용허가제 E-9 비자로 들어오면 고용주 동의가 있어야만 사업장 변경이 가능해 사실상 ‘현대판 노예제’가 되고 있다”며 사업장 변경 기준 완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청년 자살이 거의 없는 나라인 네팔, 캄보디아 청년들이 한국에 와서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 한국이란 나라가 그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겠나”라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사망한 이주 노동자 3340명 중 173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김이찬 지구인의 정류장 대표./ 김이찬 대표 제공

- 지게차 학대 사건을 접하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그런 일이 자연스럽게 벌어질 수 있는 환경이 문제다. 과연 한국인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었겠나? 왜 이주 노동자에게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보통은 고용주가 갑질을 하더라도 주변 노동자는 말리는 경우가 많은데, 지게차 학대 사건은 같은 노동자들이 이주 노동자를 괴롭힌 사건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받았다. 약자들이 동료 약자의 편에 서지 않은 것이다.”

김이찬 대표(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사업장 변경 자유 등을 요구하며 지난 2020년 이주노동자들과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지구인의정류장

- 한국에 온 이주 노동자들은 주로 어떤 어려움을 겪나?

“임금 체불, 폭행, 성범죄, 산업재해 등 다양하다. 그래도 공단 노동자들은 주변에 동료가 많기 때문에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정보를 얻기 쉽다. 반면 농어촌 지역 노동자들은 고립된 환경에서 제대로 대응을 못 한다. 질병은 거의 산재로 인정받지 못해 오히려 직장에서 쫓겨나는 경우가 많다. 성범죄를 당하고도 이야기하지 못해 묻히는 사건도 많다.”

- 기억나는 사례가 있나?

“내가 이주 노동자 지원 활동에 뛰어든 계기가 된 사건이 있다. 2012년 말쯤 농촌 지역 한 여성 캄보디아 노동자가 도움을 청해왔다. 비닐하우스 내 숙소가 너무 추워서 도망쳐 나왔다고 했다. 화장실도 없어서 들판에서 볼일을 보며 생활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고용주가 이탈 신고를 해서 불법 체류자가 됐다. 추방될 위기였는데 진정서를 쓰는 등 항의해 겨우 사업장을 변경했다.”

- 왜 그런 일이 벌어지나?

“현재 이주 노동자 숙소에 대한 정확한 지침이 없다. 너무 추워서 잠을 잘 수 없고, 화장실도 없는 숙소를 제공해도 근무 사업장 변경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 2020년 12월에는 경기 포천에 있는 한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캄보디아 여성이 영하 20도 한파 속에 숨진 사건도 있었다. 이후 정부는 불법 임시 가건물을 기숙사로 쓰지 못하게 하는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 문제는 해결됐나?

“정부가 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강제성이 없다. 여전히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숙소가 비일비재하다. 고용주들은 서류상으로는 기숙사가 일반 주택이나 빌라라고 신고하고, 실제론 농지 옆 비닐하우스 숙소를 제공하는 등 온갖 편법으로 규제를 피한다.”

지난 2021년 촬영된 충남 논산의 비닐하우스 숙소 입구 모습. /지구인의정류장

- 이주 노동자 숙소 환경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최근 폭행 등 괴롭힘은 많이 사라지고 있지만 숙소 문제는 제자리걸음이다. 2021년 경남 밀양에선 비가 오면 실내가 침수되고, 습한 환경 탓에 뱀이 출몰하는 숙소를 1인당 월 20만원에 제공한 고용주가 있었다. 실제 가보니 저라면 그런 곳에서 못 살 거 같더라. 워낙 습한 환경이라 노동자들이 대부분 피부병을 앓고 있었다.

같은 해 경기 포천에선 한 고용주가 20평짜리 아파트 숙소에 이주 노동자 7명을 살게 하면서 1인당 월 30만원을 받았다. 이 고용주는 식사를 주지도 않으면서 식사 제공을 해서 30만원을 받은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는데 이후 노동청 조사에서 들통났다.”

- 20평 아파트 숙소에 7명이 거주하며 월 30만원을 숙소비로 내게 한 것은 부당한가?

“고용주는 7명에게 월 30만원을 받았으니 월 210만원을 월세로 받은 것이다. (※2025년 9월 기준 경기도 포천 지역 비슷한 평수 아파트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80만원.) 당시 그 숙소에 거주하던 이주 노동자들은 한 달에 이틀 쉬고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해 월 197만원 정도를 받았는데 30만원은 매우 큰돈이다.”

경기도 포천시 한 섬유업체 기숙사의 비위생적인 주방 모습. /지구인의정류장

- 이주 노동자들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고?

“고용주들이 노동시간을 줄여서 표기하도록 유도해 임금을 떼먹는 사례가 많다. 지난 2018년 한 캄보디아 노동자는 실제 일한 시간보다 급여를 90만원 가까이 적게 받았는데, 임금을 모두 받았다는 확인서에 서명하라는 강요를 받았다. 어쩔 수 없이 확인서에 서명하면서 옆에 캄보디아어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적어놨더라. 그런 작은 항의조차 큰 용기가 필요했을 거다.”

- 최근 사례는 없나?

“현재도 비슷하다. 예를 들어 하루 10시간씩 일했는데 8시간만 일했다고 표기해 임금을 적게 지급하는 방식이 흔하다. 최근 제가 도와주고 있는 노동자는 본인이 기록한 근무 시간표를 증거로 제출했는데 노동청에서는 노동자가 혼자 기록한 근무 시간표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하더라.”

-부당한 지시를 받기도 한다던데?

“2023년 충남 한 지역 정육 가공 공장에서 일하는 20대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가 정기적으로 고용주 집을 청소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항의하자 얼마 후 갑자기 당일 해고를 당했다. 당장 갈 곳이 없는 노동자가 울면서 매달리자 고용주가 욕설을 하며 멱살을 잡고 끌어냈다. 다행히 5인 이상 사업장이라 해고예고수당 200만원을 받고 합의했다. 당일 해고는 불법이라 5인 이상 사업장은 구제를 받을 수 있는데 5인 미만인 경우에는 그것도 안 된다.”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신고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는 고용허가제와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이주노동자에게 발급되는 비전문 취업 비자인 E-9 비자다. E-9 비자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변경 자유가 없다. 고용주 동의가 있어야만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 노동자가 고용주의 눈치를 봐야 해서 사실상 ‘현대판 노예제’가 되고 있다. 사업장 변경 기준을 완화하고, 변경 가능 횟수도 크게 늘려야 한다.”

- 이주 노동자들이 부당한 일을 신고하면 어떤 일을 당하나?

“사업장에서 쫓겨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당장 숙식 해결이 어려워진다. ‘지구인의 정류장’이 임시 숙소를 운영하는 이유다. 또 끝까지 책임을 물으려면 장기간 조사 또는 재판을 받아야 한다. 사업장을 옮기고 현 사업장에 전 고용주 사건 문제로 조사를 받으러 간다고 말하기가 어렵지 않나. 그래서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참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22년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산업재해보상제도 교육을 하는 장면. /지구인의정류장

- 외국인 노동자 지원 활동이 결국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행동이란 지적도 있다.

“한국인 중에 이주 노동자들이 일하는 환경에서 일할 분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인정하겠다. 이주 노동자들의 산재 사고 사망률은 국내 전체 취업자 산재 사고 사망률의 2배 이상이다. 왜 한국인이 외국인을 돕느냐, 왜 불법 체류자를 돕느냐고 항의하는 분도 있다. 고용주에게 괴롭힘을 당해 사업장을 이탈해도 불법 체류자가 된다. 고용주에게 유리하게 제도가 만들어져 어쩔 수 없이 불법 체류자로 몰리는 사례가 대다수다.”

- 이주 노동자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우리에겐 이주 노동자가 필요하다. 이주 노동자들이 돼지 축사 정화조 청소하다 질식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노동은 이제 이주 노동자밖에 안 한다. 우리가 돼지고기를 먹으려면 누군가 그런 노동을 해야 한다. 청년 자살이 거의 없는 나라인 네팔, 캄보디아 청년들이 한국에 와서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 한국이란 나라가 그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겠나?”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변에 부당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가 진정 행복할 수 있겠는가? 고용주들이 이주 노동자가 쉽게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점을 악용해 개인적인 업무를 시키고, 당일 해고를 하고, 임금 체불을 하고도 큰소리친다. 이런 제도를 설계한 사람들도 반성했으면 좋겠다.”

☞김이찬

1966년 부산에서 태어나 전라북도 군산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1990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지난 1994년 방송사에 입사했지만 이후 퇴사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다 2009년 경기 안산에서 ‘지구인의 정류장’을 만들었다. 지구인의 정류장은 처음엔 이주 노동자에 대한 미디어 교육을 하는 단체였지만 2012년부터 이주 노동자를 위한 노동 인권 상담소와 임시 숙소 등을 운영하는 단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