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아도 법적 성별을 바꿔 달라는 신청을 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성소수자들의 존엄과 운동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 /뉴스1

서울남부지법 제4-2민사부 임수희 판사는 트랜스젠더 여성 A씨의 성별 정정 신청을 기각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꿀 수 있다고 지난 5일 판결했다.

1심은 법적 성별을 바꿔달라는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A씨가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외과적인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았다고 해도, 다른 자료를 검토했을 때 성별이 바뀌었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했다. 개인의 성별 인식이나 사회적 환경만으로도 성별을 바꿀 수 있다는 취지다.

현재 법적인 성별 전환은 대법원의 ‘성 전환자의 성별 정정 허가 신청 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이 지침에선 법원이 성별을 바꾸려는 이에게 성전환 수술을 받았는지 여부를 참고 자료로 요구할 수 있도록 정했다. 이 때문에 A씨처럼 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젠더가 법원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못해 성별 정정 허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다르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무처리지침에서 요구하는 성전환 수술은 허가 요건이 아니라 참고 사항”이라며 “영국, 프랑스, 스위스 등 세계 여러 국가는 성별 정정 허가 요건으로 성전환 수술 등을 강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따라 A씨의 성별 인식이나 주위의 인정만으로도 성별을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